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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우리의 일상은 평범하기 때문에 특별하기도 하다. 늘 보던 사물과 장소와 사람은 어느 순간 우리가 추억하고 기억하는 이야기가 되고, 그 속에서 각자의 시선과 생각을 담아내며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함께 살아가는 삶, 우리가 마주하는 따뜻한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 두 권을 만나보자.

■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이향규 지음. 창비교육 펴냄. 244쪽. 1만6천700원

기억속 잠들어 있던 '사람들' 떠올리며
장애인 인권·남북분단·동물권 등 사유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다문화 청소년과 탈북 이주민, 결혼 이주 여성을 돕는 활동가 겸 연구자로 오래 일해 온 이향규의 신작 에세이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이 출간됐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탐구이자 기록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저자는 이번 책에서 '사람'에 시선을 집중했다.

존재감 없이 있던 '사물'이 어느 날 문득 말을 걸어오거나, 익숙하게 드나들던 장소가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들은 저자의 기억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저자 시선은 매일 마주하는 가족에게로, 이웃에게로, 현재 살고 있는 영국 사회와 바다 건너 한국으로까지 이어진다. 그 시선 끝에는 타인에게 선함을 베풀고자 하는 사람들, 드러나지 않은 채 사회의 빈 고리를 연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자는 처음 영국으로 4이주하고 외롭고 가난했던 시절에 유일하게 안심하고 머물렀던 '자선가게'와 '펍'을 통해 이웃 간의 관심을 말하고, 열아홉 살의 딸을 보며 같은 나이에 한국 전쟁에 참여해야 했던 브라이언 호프씨와의 만남도 떠올린다.

이러한 추억 속에서도 장애인 인권, 돌봄노동, 남북분단, 동물권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저자의 사유와 통찰도 자연스럽게 들여다볼 수 있다.

■ 방울 슈퍼 이야기┃황종권 지음. 걷는사람 펴냄. 280쪽. 1만7천원

'방울 슈퍼' 오가던 따뜻한 이웃 이야기
인생을 지탱해주는 소소한 일상 담아내


방울 슈퍼 이야기
"방울 슈퍼는 동네의 따뜻한 무릎이자 골목의 꽃이었다. 방울이는 내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시인 황종권은 여수의 작은 슈퍼집 아들로 늘 동네 꼬마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방울 슈퍼에서 유년기를 보낸 저자는 슈퍼를 온기로 채워준 수호신 할머니들부터 동전을 들고 과자를 사기 위해 기웃거리던 어린아이들까지 따뜻한 이웃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삶이 작은 추락의 연속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끝없는 바닥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저자에게 소소한 일상은 하나의 추억이 되어 삶을 지탱하게 해줬다. 그렇게 자신을 대하는 작은 형식 하나가 삶의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저자의 태도와 세계를 감싸는 시선은 글 곳곳에 스며있다.

슈퍼는 사라지고 그 시절의 마음을 고유한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가고 있지만, 각자의 속도로 지나온 하나의 시절과 그립고 애틋한 기억을 방울 슈퍼라는 이름으로 추억하게 한다. 그리고 저자는 사는 일이 녹록지 않을 때마다 마치 편지 같은 '방울 슈퍼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마음의 별자리로 돋아나길 바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