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 진출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메가플랜트 건립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업계의 인력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국내외 CDMO 선두 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모델을 사실상 '이식'하는 수준으로 프로젝트를 추진, 인재 영입 등을 둘러싼 이들 업체 간 신경전도 심화할 전망이다.
삼바, 이직자 가처분 신청·고발에
법인 상대 법적 대응 '경고 메시지'
2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법원에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적은 있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 법인 자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는 자사에서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3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해 7월 인천지법의 일부 인용 결정을 받았다. 또 같은 해 8~9월 삼성바이오는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 4명을 형사 고발했다. 인천지검은 지난 3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중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인력 영입과 관련한 이 같은 두 회사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도 더 이상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경고성 성격이 짙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공장 입지·생산규모 속성 따라잡기
롯바 "선넘은적 없어… 공정 채용"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과 '인천-롯데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롯데는 2030년까지 30억 달러(약 3조7천억원)를 투입해 총 36만ℓ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 기지를 송도국제도시에 구축할 계획이다. 오는 8월까지 인천경제청과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연내 착공한다는 게 롯데의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메가 플랜트는 12만ℓ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 플랜트 3개로 구성된다. 이 같은 롯데의 생산 규모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에 처음 진출해 건립한 1~3공장의 생산 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2·3공장은 36만4천ℓ 규모다. 지난해 준공한 4공장(24만ℓ)은 최근 완전 가동에 돌입했다.
바이오 업계 후발 주자인 롯데의 경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단기간 공장을 건립, 제품 생산 등에 착수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설비를 빠르게 확장해 매출을 키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하우가 축적된 관련 분야 인재 영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입지부터 생산규모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따라가다 보니 롯데가 무리하게 인력을 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영업비밀을 침해한 적이 없고 공정하게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