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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소방서 대원들이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29일 정오께 김포소방서 대원 10여명이 커다란 수박을 들고 집안에 들어서자 할머니는 표정이 환해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비좁고 쓸쓸해 보이던 공간에 이내 따뜻한 기운이 차올랐고, 아들처럼 살갑게 대하는 장정들을 보며 할머니는 행복해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2022년 우수관서 포상금
찬반표결 통해 압도적 찬성률로 '전액 기부'


이날 대원들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2022년 우수관서' 선정 포상금 일부도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비와 기초연금만으로 외손주 두 명을 양육하고 있었다. 한 아이는 부모가 없고, 또 다른 아이는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성금 전달은 소방서 전 직원의 뜻이었다. 김포소방서는 포상금 총 800만원 중 '따뜻한 동행 경기119'에 400만원, 집안 형편이 어려운 사회복무요원과 할머니에게 각각 200만원 등 전액을 기부했다.

이전까지는 포상금이 직원 기념물품 제작이나 격려회식에 쓰였기 때문에 기부 찬반의사를 묻기 위해 지난 26~27일 직장커뮤니티에서 표결을 거쳤다. 직원들은 압도적인 찬성률로 흔쾌히 동의했다.

이날 할머니의 보금자리에는 박승민 한국노총 경기소방본부 김포지부장과 원종관 김포소방서 직장협의회 대표, 박헌옥 김포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장 등이 함께했다. 평소에도 소외계층을 물심양면 지원해온 박헌옥 대장은 대원들이 선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할머니 사례를 찾아주기도 했다.

대원들은 아이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일부러 하교시간을 피해 할머니를 찾아갔다. 거실 바닥에 둘러앉은 이들은 자녀 키우는 얘기며 반찬 해먹는 얘기 등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이야기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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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원종관 김포소방서 직장협의회 대표, 박승민 한국노총 경기소방본부 김포지부장, (오른쪽)박헌옥 여성의용소방대장.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어 대원들이 일어서려 하자 할머니는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다. 이를 들은 대원들의 표정이 잠시 숙연해졌다.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끝으로 일정은 마무리됐다.

김종묵 김포소방서장은 "시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나서준 직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