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301000014300000281.jpg
지난해 12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한 이상일 용인시장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며 온라인 소통을 펼쳤다. /용인시 제공

용인시 인트라넷에는 '소통과 공감'이라는 게시판이 있다.

내부 공직자들만 접속 가능한 이곳은 평소 대면을 통해 이뤄지기 어려운 성격의 글들이 주를 이룬다. 또 익명으로 운영돼 공직자들은 조직 또는 상사에 대한 단순 불만을 표출하며 속내를 털어놓는가 하면, 조직 내 부당한 처사를 폭로하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 의견을 개진하곤 한다.

민선 8기 출범 1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30일 이곳에 조직 내 최고 상사인 이상일 시장을 겨냥(?)한 하나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내용은 본래 게시판의 성격과 사뭇 달랐다. 익명의 한 공직자가 작성한 이 글에는 취임 1년을 맞은 이 시장을 향한 칭찬과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 글이 올라온 뒤 댓글도 수십 여 개가 달렸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특히 하위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배려가 있다', '실력도 인품도 최고다', '직원에게 책임 전가를 하지 않는다', '우리 시장인 것이 자랑스럽다' 등 칭찬 일색이었다.

2023070301000014300000282.jpg
이상일 용인시장이 지난해 9월 공직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용인시 제공

1년 전 취임 직후부터 이 시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었다. 그 시작은 간부회의를 축소하고 회의 때마다 필수적으로 뒤따랐던 부서별 보고자료를 없앤 것이었다. 준비한 자료를 읽는 불필요한 형식을 지양해 기존 대비 회의시간을 절반으로 줄였고, 주간업무 취합 과정도 과감히 없앴다. 매주 팀별 보고용 문서를 만들고 이를 보완하는 보충자료까지 준비해야 했던 직원들은 두 팔 벌려 환영 의사를 표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시장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활기찬 조직문화를 만들어 보자며 매주 금요일마다 자유롭고 가벼운 복장으로 출근할 것을 제안했다. 직원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자 곧바로 '캐주얼 데이'를 지정,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직원들은 1년째 매주 금요일마다 정장과 구두 대신 편안한 옷차림을 유지하며 긴장감을 덜고 일상 속 작은 여유를 누리고 있다.

이 시장은 바쁜 일정 속에도 부서·직급별 직원들과의 식사 자리는 빼놓지 않는다. 이런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애로사항을 청취해 곧바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일례로 얼마 전 차량등록사업소의 낙후된 시설에 대한 문제를 전해 들은 이 시장은 현장을 찾아 직접 실태를 확인한 뒤 곧바로 사무실 이전을 추진했다. 최근 용인시공무원노동조합의 사무실 이전도 같은 맥락이었다. 듣고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소통의 본질을 몸소 직원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이 시장은 자신의 집무실에 보고차 방문한 직원에게 마주 보고 앉는 대신 바로 옆에 앉도록 한다. 보고 내용을 좀 더 가까이에서 귀담아듣기 위해서다. 형식적인 보고나 시장이 직원에게 하달하는 방식 대신 '함께 일하자'는 게 민선 8기 용인시의 기조다.
2023070301000014300000283.jpg
이상일 용인시장이 지난 21일 용인시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 이전 현판식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지난 3월 정부의 용인 남사·이동읍 일대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발표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에도 직원들은 '소통과 공감' 게시판에 '우리 시장님께 성과급 드려야 한다', '용인시 공직자로서 자긍심이 더 높아졌다' 등의 글을 남기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공무원노조도 '이상일 시장님 큰일 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1983년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용인 기흥에 공장을 준공하며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의 서막을 열었고, 그로부터 40년 후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40년 전 이병철 회장이 있었다면 이제 이상일 시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표현하며 이 시장의 공로를 높게 평가했다. 이 시장은 당시 노조가 발표한 성명서를 출력해 지금까지도 자신의 집무실 테이블에 올려두고 있다. 직원들이 보내준 응원의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각종 성과나 수상 등 부서에 작은 경사라도 있을 때면 어김없이 간식을 챙기고, 직원들이 보고차 집무실을 찾으면 함께 인사를 주고받고, 직원들이 마련한 행사에 참석하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이 시장의 진정성이 전달된 탓일까. 비판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는 직원 공간에서, 또 견제와 감시가 주된 역할인 노조에서조차 시장을 향한 호평이 쏟아지는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 용인에서 나타나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1년을 맞은 이상일 호(號)의 현주소다.

이 시장은 "함께 일하는 직원들로부터 인정받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더 있겠나. 솔직한 마음으로 직원들을 대해왔는데 그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며 "취임 당시부터 귀찮고 힘든 일은 아랫사람들에게 시키지 않고 내가 하겠다고 공언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훌륭한 용인시 공직자들과 함께 용인의 미래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