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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부천종합운동장 역세권 개발 현장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금개구리. /부천종합운동장 역세권 개발사업 주민대책위 제공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천종합운동장 역세권 개발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인 양서류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음에도 공사를 강행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4일 부천종합운동장 역세권 개발사업 주민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4시께 개발사업 대상지인 여월동 116번지 일대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금개구리가 발견됐다. 금개구리는 주변 밭을 정비하던 A씨에 의해 발견됐으며, 당시 크기는 6㎝가량이었다.

지난 1일에는 여월동 119번지 일대 하우스 안에서 역시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가 추가로 포착됐다.

그동안 공사 현장에서는 심심찮게 맹꽁이가 발견돼왔고, 맹꽁이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북측 승마장 부지에 자리한 수로 주변을 중심으로 맹꽁이들의 집단 서식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LH를 상대로 공사 중단과 함께 멸종위기종에 대한 철저한 보존계획 수립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LH는 지난 4월5일부터 사업지 북측 승마장 부지 4천900여㎡에 대한 구조물 철거공사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멸종위기종 양서류들의 서식지로 추정됐던 수로 주변이 폐콘크리트로 뒤덮이는 등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또 사업지 내에서 출토될 가능성이 있는 유적·유물 등 문화재에 대한 보존계획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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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금개구리(왼쪽)와 맹꽁이. /부천 종합운동장역세권개발사업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2017년 부천시가 한강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작성된 문화재 지표조사 보고서를 보면, 해당 사업부지 내에는 청동기시대 석기 유물은 물론 고려·조선시대 자기편도 상당수 분포돼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아울러 해당 부지에는 전주이씨묘역, 반남박씨묘역 등 조선시대 유적지와 시대를 알 수 없는 아기장수바위, 500년 된 보호수들도 소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지형이 보존돼 있는 구역에 대해 추가 발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문화재청은 경기도와 부천시에 사업부지 내 문화재 보존조치를 통보했다.

전덕생(65) 주민대책위원장은 "LH가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이 나오는 곳에 대해 막무가내로 공사를 벌이고 있다"며 "야생생물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와 이주대책 등을 선행한 뒤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원주민들과 협의해 보존계획을 세워가며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LH 멋대로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주민 반발이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LH 관계자는 "공사현장에 법정보호종이 유입되지 않도록 펜스나 그물망 등을 설치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모니터링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문화재 역시 추후 표본조사 등을 통해 절차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