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의 소공인복합지원센터(이하 소공인지원센터) 건립 철회 방침에 대해 일각에서 거저 들어온 국비를 반납한다고 비판하자 김포시 관계자는 "효과 대비 상당한 재정 출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소공인지원센터는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가 떨어질 게 뻔한 사업이고, 그럴 예산이 있다면 영세 소공인을 돕던 기존 사업들을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김포농민회, 전교조 김포지회,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김포지회, 김포민예총 등 16개 단체가 이름을 올린 '김포민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동냥은 못 할망정 쪽박까지 깨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며 사업 진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전 정부 지우기'가 김포시와 김포시의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1년 공모로 국비 25억·도비 7억5천 확보
운영 땐 시비 100~175억 추가 소요 불가피
필수 조건인 기술인력 채용도 난항 '먹구름'
소공인지원센터는 소공인들이 신소재를 개발하거나 시제품을 제작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공용 장비 및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시설로 통진읍 옹정리 일대에 예정돼 있었다.
시는 민선 7기 때인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에 선정돼 센터 건립을 위한 국비 25억원과 도비 7억5천만원을 확보했다. 당시 시는 여기에 약 32억원을 더 투입하는 것으로 중기부·경기도와 협약을 맺었다. 2024년 말까지는 반드시 시비를 투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시는 소공인지원센터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으로 판단했다. 인건비·운영비·사업비에 추가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하는데,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센터 운영의 필수조건인 전문 기술인력 구하기도 매우 어려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기부 지침에 소공인지원센터는 최소 5년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시는 2024년부터 2033년까지 센터를 10년간 운영할 때 인건비·운영비·사업비 상승분을 고려해 총 175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건립 후 5년 뒤에는 폐지할 수 있지만 한 번 예산을 투입하면 사실상 기약 없이 지속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무기간인 5년만 운영한다 해도 건립비용을 포함해 시비만 약 1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5년 만에 사업을 접으려고 100억원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란 의미다.
효과는 어떨까. 경기남부 A시의 사례는 소공인지원센터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김포보다 제조업체 수가 많은 A시는 지난해 하반기 인력 9명, 고가장비 20기(18종)를 갖추고 소공인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으나 시제품 제작의뢰가 주당 평균 2~3건에 그치며 장비 운영률이 10~15%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1개 시제품 제작기간이 외부(3~4일)에서보다 긴 7일 이상 소요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시 소공인지원센터의 가장 큰 문제는 전문인력 부족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6명의 기술인력은 10년 이상 경력자임에도 18종에 달하는 문어발식 장비 도입으로 인해 자신의 담당장비를 제외한 다른 장비 기술습득에 애를 먹고, 이에 따라 시제품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센터에서의 낮은 보수체계와 불안정한 계약직 신분 탓에 전문인력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포 소공인지원센터는 A시와 똑같은 6명의 계약직 기술인력으로 장비는 23기(20종)를 운영할 예정이었다. A시보다 격무가 예상되는데도 보수는 A시의 70%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책정됐었다.
경기남부에 새로 구축되는 한 소공인지원센터는 최근 기술인력 채용공고에 김포보다 높은 연봉이 내걸렸지만,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치와 민생 등 수많은 사업 축소" 주장에
市, 기존사업 강화하는 게 '더 효율적' 입장
"300억 투입 제조융합혁신센터 우선 집중"
업계 관계자는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건 심각한 리스크다. 정작 장비를 다룰 사람이 없다면 센터 인프라를 몇몇 업체만 사용하게 될 여지가 있다"며 "실제로 타 지역 소공인센터의 경우 일부 업체가 반복 의뢰한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공인지원센터도 공동농기계 지원사업처럼 사유화 부작용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며 "소공인들이 천차만별로 의뢰하는 제품을 얼마나 소화해낼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센터 건립보다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게 소공인들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현재 소공인들의 시제품 제작을 돕기 위해 '지식재창출 지원', '기술닥터 지원', '뿌리산업 육성지원' 등 5개 사업을 추진하고 유통·마케팅 지원을 위해서도 별도로 8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소공인지원센터에 투입할 예산을 기존 사업으로 전환하는 게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300억여 원을 들여 건립 중인 김포제조융합혁신센터에 우선 집중하면서, 소공인들의 비용부담이 경감될 시책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포민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하철 건설 분담금을 이유로 시민들의 편익을 증진하고 김포의 미래 가치를 만드는 소공인지원센터 건립 사업을 철회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특히 누군가의 선거공약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들을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김포시가 지역사회와의 모든 소통을 중단한 채 불확실한 5호선 연장에 매몰돼 지역경제 활성화, 협치, 민생, 교육, 공동체 등 수많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시민단체의 반발과 관련해 지역 여권 관계자는 "IMF 때도 건재하던 새마을금고 부실사태는 우리에게 언제고 금융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신호일 수 있다. 지방재정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요즘 같은 시대에 김포시가 시민을 위해 재정을 어떻게 운용했는지는 후대가 올바르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