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등으로 인해 토지와 주택 등이 수용된 원주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원주민과 시행사간 갈등만 야기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1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개정된 공공주택특별법시행령은 '공공주택사업자는 지장물의 철거 등 시장·군수·구청장이 주택지구 안 주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고시하는 사업을 주택지구 안의 주민으로 구성된 법인 또는 단체에 위탁해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하남교산 주민단체생계조합(LH), 하남교산 주민생계조합(GH), 광명·시흥신도시 생활대책협동조합(LH·GH) 등이 설립된 데 이어 다른 3기 신도시 지역에서도 생계조합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조합이 시행사로부터 위탁받을 수 있는 사업은 무연분묘 이장, 지장물 철거, 산림수목 벌채·이식, 방치된 지하수 굴착공 원상복구, 건물관리 등이 대표적인데 사업비 규모가 큰 지장물 철거를 놓고 위탁을 요구하는 조합과 위탁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시행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남교산 이어 3기 신도시도 추진
지장물 철거 위탁여부 놓고 '팽팽'
광명·시흥조합도 양측 충돌 불가피


시행사인 LH와 GH 측은 2년 전 발생한 광주광역시 학동4구역 붕괴사고 이후 지장물 철거 전 심의를 비롯해 작업 순서, 공법, 구조 안전계획 등이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책임이 강화된 상황에서 비전문가 단체인 조합에 위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합 측은 지장물 철거가 제외되면 원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공주택특별법시행령이 사실상 '앙꼬 없는 찐빵'에 머물게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최근 LH가 교산신도시 3공구와 2-1공구에 대한 지장물 철거 입찰공고를 내자 하남교산 주민단체생계조합은 지난 4일 LH 하남사업본부 앞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했으며 하남교산주민생계조합도 지난달 초 경기주택도시공사(GH) 앞에서 지장물 철거 위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광명·시흥신도시 생활대책협동조합도 신도시 내 지장물 철거 위탁을 시행사 측에 공식적으로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양측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 GH가 하남교산 원주민들에게 지장물 철거 대신 건축물 관리용역을 위탁하는 등 종합적인 생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조합 측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토지와 주택을 강제로 수용당한 원주민들이 쫓겨나지 않고 생활안정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지장물 철거가 위탁돼야 한다"며 "현재 생계대책도 없이 10년 뒤 생계대책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반문했다.

광명/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