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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으로 양평군 부동산시장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16일 오후 양평군 서종면의 한 부동산 앞에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어려운 시기에 서울~양평고속도로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 백지화는 직격타입니다. 부동산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 건너갔어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으로 양평군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고속도로가 이른 시일 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기존 아파트 가구 수를 뛰어넘는 2천600가구 규모의 입주물량을 감당할 수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 한파에… 공실 1년 걸려 메워
서울로 접근성 개선 기대감 무산


16일 양평지역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2020년께 양평은 '비규제지역' 메리트로 약 5천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모두 분양되는 부동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부동산 한파가 찾아왔고, 역세권에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양평센트럴파크써밋은 입주 초 발생한 30%의 공실을 메우는 데에 약 1년이 걸렸다.

올해 1분기 양평읍에 입주한 아파트는 약 1천100가구로 단지마다 절반가량이 전·월세 매물로 나오는 등 '빈집 대란'이 시작됐다. 최근 양평읍 생활권에 위치한 포레나양평 82㎡는 분양가보다도 약 2천만원 낮게 거래됐으며,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420가구 양평휴먼빌리버파크어반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공실률이 17.8%에 달한다.

여기에 지역민의 숙원사업이자 서울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부동산 호재로 작용했던 고속도로가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 서울 접근성이 1시간20분~1시간30분에서 20분대로 단축될 거란 전망에 강남권 직장인 등 '내 집 마련'에 관심을 보이던 수요자들 대부분이 매수를 보류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또한 서울 출퇴근 가능을 이유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와 입주민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입주자, 기존 주택 처분 어려워져
"정치놀음으로 번복… 안타까워"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9월 지역 최대 규모인 1천602가구 양평역한라비발디1·2단지의 입주가 시작된다. 기존에 살던 아파트나 구옥을 처분하고 새 아파트로 들어가야 하는 예비 입주민 발등엔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한라비발디 예비입주자인 A씨는 "기존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게 되다 보니 입주보다는 전세를 놓아야 할 것 같다"며 "비슷한 처지가 적지 않을 것 같아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금은 더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양평읍 소재 B부동산은 "고속도로 악재까지 겹쳤으니 정상적인 입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 해결되지 않으면 양평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년 이상된 공인중개업체 C씨는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고속도로는 그나마 호재였는데 백지화는 입주시장에 '직격타'"라며 "50년의 규제를 한 방에 해결해주는 고속도로였는데 정치놀음으로 번복된 게 슬프다. 양평은 완전히 끝나는 거다. 지금이 정녕 민주화 시대가 맞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양평지역에는 오는 2025년까지 2천680가구의 아파트가 더 입주할 예정이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