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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양평군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종TG 부근 일대의 모습. 2023.7.1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어려운 시기에 고속도로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 백지화는 직격타입니다. 부동산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 건너 갔어요."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에 양평군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지역에선 고속도로가 이른 시일 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기존 아파트 가구 수를 뛰어넘는 2천600가구 규모의 입주를 감당할 수 없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선언 이후 양평 내 아파트 시장은 직격타를 맞았다. 다가오는 9월에만 1천602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는데 안 그래도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고속도로 백지화로 인해 더 빠르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9월에만 한라비발디 1602가구 입주 예정
예비입주자들 "살던 집 안 팔려, 전세 내놔야"
정상적 입주 어려울지도… 골든타임은 올해
"50년 규제 해결 고속도로, 정치놀음에 끝났다"

지난 2020년경 양평군은 비규제지역 메리트로 약 5천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모두 분양되는 부동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부동산 한파가 찾아왔고, 지난해 역세권에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양평센트럴파크써밋은 입주 초 발생한 30%의 공실을 메우는 데에 약 1년이 걸렸다.

15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기준 양평읍 소재 아파트 총가구 수는 2천841가구다. 올해 1분기 양평읍에 입주한 아파트는 약 1천100가구인데, 입주한 단지마다 총가구의 절반 가량이 전·월세 매물로 나오는 등 빈집대란이 시작됐다. 최근 양평읍 생활권에 위치한 포레나양평 82㎡ 타입은 분양가보다도 약 2천만원 낮은 2억6천30만원에 거래됐으며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420가구 양평휴먼빌리버파크어반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공실률이 17.8%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 양평 역대 최대 규모인 1천602가구 양평역한라비발디1·2단지의 입주가 시작된다. 특히 기존에 살던 아파트나 구옥을 처분하고 새 아파트로 들어가야 하는 예비 입주민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한라비발디 예비입주자인 A씨는 "기존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는다. 사정이 이리되다 보니 입주보단 전세를 놓아야 할 것 같다"며 "비슷한 같은 처지의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아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금은 더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한숨 쉬었다.

양평읍 소재 B부동산에선 "고속도로 악재까지 겹쳤으니 정상적인 입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안에 고속도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평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평에서 20년 이상 공인중개사를 운영한 C씨는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고속도로는 그나마 호재였는데 백지화는 입주시장에 직격타다. 부동산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 건너 갔다"며 "50년의 규제를 한 방에 해결해주는 고속도로였는데 정치놀음으로 번복된 게 슬프다. 양평은 완전히 끝나는 거다. 지금이 정녕 민주화 시대가 맞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양평군은 오는 2025년까지 2천680가구의 아파트가 더 입주할 예정이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