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개정안에서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삭제된 점은 대체로 환영받고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으로, 가해자들이 이를 악용해 합의를 종용하려 피해자를 찾아가고 협박하는 등 2차 피해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입수한 판결문 131건 중 23건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로 공소기각된 사건이었다. 이제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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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처벌로 이어지는 문턱이 낮아져도, 여전히 적절한 형량이 선고되는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스토킹 처벌에 대한 양형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양형기준은 특정 범죄가 지켜야 할 형량에 대해 대법원이 정하는 기준이다.

그동안 스토킹 범죄는 판례가 충분하지 않아 양형기준 설정이 어려웠다. 이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스토킹 범죄에 대한 중대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양형기준 설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위원회 2년 임기를 막 시작했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양형기준 설정은 시일 소요 전망
업무과중 관리 인력 공백 불가피
대상 '상대방·가족' 제한 아쉬움

개정안은 스토킹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종전 처벌법상 잠정조치 보호 내용은 가해자에 대한 서면 경고,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연락) 금지, 유치장 구금이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최대 잠정조치 기간도 6개월에서 9개월로 늘렸다. 즉 법원의 판결 이전부터 가해자를 대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확대한 셈이다.

강화된 조치에 비해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스토킹을 제외해도 전자감독이 실시되는 성범죄 전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이미 업무가 과중한 탓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감독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 인원은 평균 17.1명으로, 국내에서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8년(3.1명)에 비해 6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스토킹처벌법이 통과된 이래로 스토킹 신고와 잠정조치 신청이 폭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관리인력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토킹 범죄 처벌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달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에서 통과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스토킹 피해자가 겪을 세세한 피해 상황을 방지하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가해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얼마나 가까이 접근했는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명확하게 안전한 분리가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며 "아주 위급한 상황에서 국가가 가해자보다 먼저 피해자에게 도달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에게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관련 전자기기를 제공하는 등의 섬세한 대책이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스토킹 피해자 대상의 정의를 여전히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일부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꼭 스토킹 피해자의 동거인이나 가족이 아니어도, 피해자와 친밀하거나 생활반경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스토킹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는 간과하고 있다"면서 "상대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도 피해자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완성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그동안 문제 제기가 많았던 내용이 개정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지만, 조항을 세세하게 나열식으로 추가한 방식이나 일정한 형량이 불명확한 부분 등 보완해나갈 부분도 여전히 많다"면서 "법이 제정된 시점이 얼마 안 된 만큼 하나씩 정립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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