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교수
세상 사람 절반은 여성이지만 한국 과학계로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1년 기준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공학 계열 학생 중 여성 비율은 23%에 그친다.

50년 전은 더했다. 1970년 국내 4년제 대학 공학 계열 2만3천345명 가운데 여성은 288명으로 1%에 불과했다. 그 1% 중 한 명이 이혜숙(75·사진)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소장이다.

그는 성인이 된 후 50년이 넘도록 여성의 과학분야 진출을 독려하고 지위 향상을 도모한 학자이자 행정가다.

이 소장은 1948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세 살 무렵 부모와 함께 인천에 정착해 성장했다. 그가 과학도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데는 인천여자중학교와 인일여자고등학교에서 만난 스승 강순옥 교사의 역할이 지대했다.

이 소장은 이화여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퀸스대 킹스턴교대학원에서 수학을 공부했다. 1980년부터 모교인 이화여대 수학과에서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는 수학을 전공한 학자이면서 이학과 공학분야 진출을 꿈꾸는 여성을 응원하고 다방면으로 도운 '운동가'이기도 했다.

여성과학기술인 양성을 지원하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02년)이 제정·시행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이 법을 토대로 여성과학기술인을 지원하는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가 설립됐다. 여성과학기술인의 능력 발휘를 돕는 이 센터의 초대 소장으로 선임돼 활동했다.

현재는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를 이끌며 남녀 모두가 과학기술이 주는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남녀의 다른 특성을 과학연구 및 기술개발에 반영하는 일에 매진한다.

이 소장은 "인천이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인천 짠물'이라는 별명을 고향이 준 유산으로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매사에 철저하고,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 면이 많은 뜻"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5면([아임 프롬 인천·(6)] 유리천장도 막지못한 '중앙동 수학대장 이혜숙')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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