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뮤지컬 보이A_공연사진_정지우(잭), 정찬호(A2222
뮤지컬 '보이A' 공연 장면. /스튜디오 단단 제공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일까. 뮤지컬 '보이A'는 어린 시절 범죄를 저지르고 10여 년 간 교도소에 수감 돼 있던 소년범의 이야기다.

그는 성인이 되어 모범수로 가석방됐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교도소에서 '보이A'라고 불리던 그는 '잭'이라는 새 이름으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적어 나갔다. 잘못했던 선택을 마주 본다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믿으며.

사회와 단절된 삶, 교도소에 있었던 그의 시간은 흐르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극에는 그런 잭처럼 각자의 시간이 멈춰진 인물들이 함께 등장한다.

잭의 보호관찰관이자 그를 믿어주는 유일한 어른인 '테리', 아버지 테리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동시에 가진 '제드', 잭이 가석방된 후 처음 사귄 친구 '크리스'는 자신의 방식으로 결핍을 드러낸다. 또 스스로 선택한 상황과 결정에 대한 마음의 짐 역시 안고 있다. 하지만 멈춰졌던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그들은 또 다른 기회이자 희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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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이A' 공연 장면 /스튜디오 단단 제공

죄책감 겪는 인물 심리 강한 인상
영상·회전하는 바닥 등 무대 눈길
섣부른 결론 대신 사회 문제 환기

그런 이들에게 현실을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고현장에서 한 아이를 구하고 영웅이 된 잭과 그런 잭이 사실은 소년범이었단 사실을 알게 된 사회의 냉랭한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잭을 보는 시선은 몹시도 차가웠다. 아이를 구해낸 그의 이야기는 어느덧 묻혔고, 범죄자가 돌아왔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사건으로 잭을 비롯해 그와 얽힌 인물이 겪는 불안과 갈등, 괴로움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잭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과 죄의식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A의 존재와 A라는 알파벳이 새겨진 의자를 통해 끊임없이 되새겨진다.

A는 잭이 살아가는 순간순간 나타나 그를 괴롭게 하고, 의자는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무겁고도 가혹했다. 이 때문에 잭이 의자를 짊어지는 장면은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결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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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이A' 공연 장면 /스튜디오 단단 제공

'보이A'는 2004년에 발표된 소설가 조나단 트리겔의 데뷔작을 원작으로 하며, 2007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호평을 받았다.

처음 무대화된 이번 작품은 등장 인물이 겪는 여러 상황과 그에 따른 심리적인 부분들까지 보는 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였다. 안무와 넘버를 포함해 영상, 회전하는 바닥 등 몰입도를 높이는 무대 활용도 눈길을 끈다.

극은 단순히 범죄의 측면을 넘어 소년범의 이면과 복잡성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섣부른 결론도 경계했다는 창작진의 설명처럼, 석방된 소년범이라는 화두는 결코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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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이A' 공연 장면 /스튜디오 단단 제공

촉법소년의 폐지나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와 그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맞선 것처럼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부분은 최근까지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이다.

이러한 현실을 살아가는 나는 과연 그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극을 보고 난 후 무겁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공연은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8월 20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