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용부담금이 우리가 당하고 있는 불이익을 상쇄시키지 못해요. 그런데 하류 쪽 사람들은 우리가 그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줄 알아요."
두물머리로 유명한 양평군 양서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이곳은 서울·경기·인천 등 2천6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가 위치한 곳이다.
팔당호 주변 대부분은 팔당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묶여 공익상 필요한 건축물이나 자그마한 농가주택, 버섯재배사 정도 이외엔 짓지 못한다.
'상수원 보호' 50년간 각종 규제
건축 등 엄격 제한, 생계 어려움
양서면 양수1리에서 2대째 거주하고 있는 최성복(60·가명)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밭이 있으나 1년에 과수 20~30그루 농사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자연보전권역·팔당특별대책1권역·개발제한구역·상수원보호구역 등 '4중 규제'로 인해 땅값이 턱없이 낮을뿐더러 구매자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 양수1리는 2020년 쇠락하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양평군 공설화장장 공모까지 지원했으나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인해 주민기피시설 경쟁에서마저 탈락했다.
최씨는 "마을회관만 고치는 데서 나아가 이곳을 주민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마을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규제가 사라지지 않으면 이 동네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물론 최씨는 상수원보호구역에 토지를 소유하고 거주하는 주민을 지원하는 한강수계기금의 직접지원사업비 대상자다. 군 총면적의 약 70%가 상수원관리지역인 양평은 주민 4천명가량이 직접지원사업비 대상자이지만, 한 해 군에 배정되는 직접지원사업비는 15억원 가량으로 1인당 한달 수령액은 '3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한 달에 3만원 안 받아도 되니 차라리 규제를 없애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규제의 역사는 약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팔당댐이 완공된 이후 '상수원 수질 보호'란 명분 아래 가평, 광주, 남양주, 양평, 여주, 용인, 이천 등 7개 팔당댐 상류 시·군에 대한 법적 규제가 시작됐다. 상수원으로 설정된 모든 팔당지역에 오·폐수를 버리는 행위가 금지됐으며 팔당수계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개발행위가 제한됐다.
건축·토지이용변경·사업장 신증설·인구유발시설 설치 등이 금지된 팔당수계 주민들의 소득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고, 수계기금이 시행된 지 25년 가까이 됐음에도 주민들 삶에는 큰 변화가 없다.
양평군 면적의 70%·4천명 대상
직접지원사업비 연간 15억 불과
남양주시 화도읍·조안면 등도 마찬가지다. 거주 목적이나 경제활동을 위한 건축물·공작물 설치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생업을 위한 어업도 어렵다보니 농사 정도만 가능한 상태로 도시가 죽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 지원보다는 차라리 규제를 완화하거나 보상성격으로 1억원 이상을 달라고 요구한다.
도내 상수원 규제로 인한 피해규모는 2007년 경기연구원 추산 134조원, 2013년 한국환경연구원 추산 125조원, 2014년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추산 155조원 등인 반면 2021년 한강수계기금 중 주민지원사업 예산은 783억원에 그쳤다.
수도권 시민들을 위한 수자원 규제로 수십 년 동안 경제적·사회적 갖은 불이익을 감내해왔던 이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지원·보조금 아닌 피해보상금 개념으로 '대전환' 해야")
/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