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라는 불편하고 민감한 주제가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계속해서 이야기 되고 있다. 폭력은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포함되며, 다시 돌고 돌아서 오기도 한다.
존엄성의 훼손, 가치의 상실, 분절된 감정 등 폭력으로 드러나는 여러 모습과 그것에 가려진 인간의 숨겨진 모습을 살펴보는 전시 '불편한 미술관: 우리는 그들에게'가 화성 소다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불편한 미술관·불편한 인터뷰·불편한 소극장' 등 세 가지 섹션으로 마련돼 10인의 예술가가 시각과 영상, 문학 등의 다양한 언어로 폭력에 대해 말한다.
10인의 예술가 세가지 섹션 나눠 다뤄
시인 詩 낭독 영상도… 10월29일까지
이샛별 작가의 '레이어스케이프'는 레이어(층)와 랜드스케이프(풍경)의 합성어이다. 작품에는 배경 가득 시들고 말라버린 식물들이 보이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생기있고 파릇한 녹색과 현실에서의 녹색은 무척 달랐다. 작품 곳곳에는 마치 모니터에 오류가 난 듯 지직거리는 화면이 그려져 있고, 녹아가는 빙하와 녹조 가득한 강에 손을 넣어보는 모습은 인간이 자연에게 행사한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위의 결과를 묘사하는 듯하다.
손승범 작가는 버려져 잊히거나 사라진 것들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작가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라나는 '잡초'를 외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 '경계에서 빛나는'은 한지 위에 먹으로 그려진 돌 틈 사이로 무심한 듯 자라난 생명이 눈에 띈다. 그 자리에 있는 듯 또 없는 듯 희미한 잡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굳건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투영한다.
문학에서는 김승일 시인이 함께했다. 일상의 여러 폭력에 저항하는 실천주의적·사회참여적 작품 활동을 하는 시인은 학교폭력 등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과 우리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시로 써냈다. 사랑의 연대보다 폭력의 연대로 작동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슬픔을 직시하면서도 시인은 그 안에서 살아갈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전시에서는 시인의 시와 함께 직접 시를 낭독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야외 전시장에서 만나는 한광우 작가의 작품은 익숙한 사물을 모티프로 인간과 그 주변의 관계, 보이지 않는 욕망 등을 표현했다.
어쩌면 단순해 보일지 모르는 설치물은 관람객들에게 철학적인 사색을 할 수 있게끔 한다. 순위가 뒤바뀌어 있는 시상대, 각기 다른 높낮이를 가진 하나의 목적지로 가는 네 갈래의 길, 목적지로 가는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 벽에 붙어있어 탈 수 없는 그네 등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세 개의 칸으로 구분 지어져 있는 작은 소극장에서는 관계와 불안, 우리라는 단어의 양면성, 삶의 단면을 드러내는 퍼포먼스 비디오와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어 몰입도를 높인다. 불편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담아낸 이번 전시는 10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