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김외순대표 (22)
김외순 가보정 대표는 202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갈비구이(가리구이)로 식품 명인이 됐다. 가보정 갈비를 수원을 넘어 전국을 대표하는 갈비로 만든 김 대표의 31년 노력은 전국 첫 식품 명인 선정으로 더욱 빛나게 됐다. 김 대표가 명인 지정서와 인증패 앞에서 촬영하고 있다.

수원의 대표 음식은 단연 갈비다. 수원지역에 우(牛)시장이 성행한 탓에 최상급 소고기를 구하기 쉬웠는데 여기에 양념을 입혀 구워 팔던 게 그야말로 전국적 '히트'를 쳤다. 1980년대 우시장이 문을 닫은 후에도 수원 갈비의 명성은 이어졌다. 다른 지역에도 유명 갈빗집은 넘쳐 나지만 수원 갈비만큼 지역 전체의 '상징'이 된 경우는 드물다.

지난 2021년 수원 갈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벌어졌다. 갈비구이(가리구이)로 전국 첫 식품 명인이 수원에서 탄생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도는 각 전통 식품을 계승, 발전시키는 '장인'을 엄선하는 제도다.

해당 식품과 관련해 3대 이상 비법을 전수받아 전통 그대로 복원할 수 있어야 하고, 20년 이상 업을 유지해야 한다. 전통성과 정통성, 희귀성을 모두 갖춰야만 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수원 갈비가 7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면서도, 그 전까지 갈비에 관한 식품 명인이 탄생하지 못했던 것은 이 때문일 터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주인공은 김외순 가보정갈비 대표다. 수원 출신도, 내로라하는 수원 갈빗집들의 선발 주자도 아니었지만 김 대표는 갈비로 정상에 섰다. 30년 넘게 흘린 땀과 눈물의 결실인 것 같아 식품 명인 선정이 더욱 뜻깊었다는 그는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았다. 제 생애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농림부 주관 전통음식 장인 엄선 제도… 31년 땀·눈물 결실 선정 뜻 깊어
전문가들 등급 분석 고기 검증… 20명 이력제 고도화된 품질 관리 시스템
165㎡ 공간 시작 건물 3동으로 확대 '보석같은 직원들' 성장 궤적 함께해


인터뷰...공감 김외순대표 (6)

■ 수원 대표 갈비 명성 지켜온 '그 맛'


김 대표의 어린 시절 한 편에도 우시장이 있었다. 우시장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소고기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비법으로 갈비를 구웠다. 그에겐 '꿈엔들 잊힐 리 없는' 맛이었다. 언젠가는 그 맛을 내고 싶었다.

결혼 후 남편의 사업이 불안정해지면서 노점 장사를 시작했지만, 어머니의 갈비를 모두에게 맛보이고 싶다는 마음은 10년 넘게 변치 않았다. 그러다 1992년 지금의 가보정 자리에 있던 공간을 임대해 염원하던 갈빗집을 열었다.

다만 결코 '장밋빛 미래'는 아니었다. 이미 여러 갈빗집이 수원 갈비의 진수임을 앞세우면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때였다. 김 대표가 가진 것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맛과 진정성뿐이었다.

김 대표는 "어머니가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비법은 천초(산초)를 쓰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채소를 인분으로 키워서 날 채소에 독이 있었다. 그런데 천초를 넣으면 그 독이 중화돼서, 천초 가루를 음식에 넣는 게 비법이었다. 어머니가 어릴 때 해준 갈비에도 천초가 첨가됐는데 그 맛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지금 저희 갈비 양념엔 그 비법 그대로 천초가 들어간다. 다만 호불호가 있는 식재료라 고객들이 그 향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량을 첨가하는 게 핵심"이라며 "생갈비는 정말 고도로 정밀하고 섬세한 작업을 통해 좋은 갈비만 선정한다. 전국적으로 가장 좋은 고기를 사오는 것은 물론, 전문 직원들이 등급을 분석해 검증된 고기만 쓴다. 또 갈비 작업만 하는 직원이 20명인데 이력제처럼 누가 그 갈비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비법에, 고도화된 품질 관리가 더해져 가보정만의 명품 갈비를 낳은 것이다.

2023072501000980700048344

후발 주자였지만 맛으로는 뒤처지지 않았던 가보정은 당시 수원지역 최대 축제 중 하나였던 갈비축제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소비자들에게 내내 호평을 받자 가보정을 견제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았다. 그때 최고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갈비의 고장 수원에서 갈빗집으로 살아남으려면 최고가 돼야 한다, 최고가 안 되면 죽는다는 생각을 그때 정말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수원 최고, 나아가 전국 최고의 갈빗집이 되기 위해 차별화에 더욱 매진한 것은 그때의 결심이 한 몫을 했다.

현재 가보정은 자타공인 수원 갈빗집의 대표 주자다.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단일 음식점 중에선 매출 기준 전국 1위 매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 "모두가 함께 만든 가보정, 최고의 명소로 계속 키워가야죠."


가보정에 처음 온 사람들은 우선 그 규모에 압도된다. 그리고 남다른 갈비 맛에, 또 한정식집 못지 않은 정갈한 반찬에 매료된다. 165㎡(50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된 갈빗집이 건물 3동의 가보정 '타운'으로 확대되기까지, 김 대표는 자신뿐 아니라 함께 해온 직원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오래 함께 해온 직원들에 대해 "가보정이 올해로 31년 됐는데 그때부터 함께 일했던 직원들도 있다. 20년 이상 근무한 분들도 많다. 가게 구석구석에서 몸소 모범을 보이기도 하고 부족한 점이 없는지 살피기도 한다. 가보정의 보석 같은 분들"이라고 언급한 김 대표는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분들과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게 된다. 가보정 성장의 궤적은 곧 저와 직원들 삶의 과정이기도 했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자금이 부족하니 서로 계를 할 정도였다. 직원들이 집을 살 때 무이자로 자금을 빌려주기도 하고 자녀가 좋은 학교에 진학하면 장학금을 보태주기도 하면서 한가족처럼 지냈다. 가보정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직원들에게 자부심이 됐으면 좋겠다. 가보정이 최고의 일터가 됐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여느 외식업체가 그랬듯 가보정도 어려움을 피하진 못했지만 오히려 직원들의 급여를 10% 인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게 곧 최고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믿음이다.

누끼

김 대표는 "우리에겐 음식의 품질, 그리고 서비스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제가 갈비부터 반찬 하나까지 모든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업계 최고로 대우를 받는다는 자부심만큼 책임감도 강하게 부여한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제대로 작업하고, 한번 온 손님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서비스하도록 하고 있다. 가보정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200명 가까운 직원들과 함께 김 대표는 오늘도 갈비 외길을 걷고 있다. 전국 첫 갈비구이 명인의 명성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김 대표는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굉장히 힘들었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때 가게를 찾아준 한 분, 한 분이 매우 소중하고 감사했다. 제가 그런 고마운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정말 제대로 된 음식이다. 지금도 그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며 "명인으로 선정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결국 변하지 않는 맛을 항상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름다운 공간에서 훌륭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명소로서 가보정을 만드는 게 제 꾸준한 목표"라고 밝혔다.

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김외순 대표는?

▲1953년 경북 의성 출생
▲1992년 가보정갈비 개업
▲2011년 전 수원시 여성경영인협의회장
▲2014년 전 수원시 팔달구 여성자문위원 회장
▲2021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89호 지정(가리구이 부문)
▲2023년 수원특례시 여성자문위원회장
▲2023년 (사)한국조리협회명인 제2023-08호(갈비)

■ 주요 수상 내역
▲2008년 수원시여성상(지역사회 발전 등 여성경영인 부문)
▲2010년 경기도여성상(여성경영인 부문)
▲2013년 제5회 수원전국요리경연대회 대상
▲2018년 한국을빛낸자랑스런한국인대상 대상
▲2022년 대한민국중소중견기업혁신대상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


2023072501000980700048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