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잔디도 휴식이 필요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수원FC가 때아닌 원정 훈련에 나섰다.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을 올해는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재)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지난 22~23일 이곳에서 열린 '싸이흠뻑쇼 SUMMERSWAG2023의 영향'으로 잔디 양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수원FC와 협의를 거쳐 경기장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장마에 짓무르고 폭염에 지치게 하는 여름철은 잔디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다른 여름철에도 좋은 잔디 상태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흠뻑쇼와 같이 강한 물줄기를 맞으며 하루 2만5천여명씩, 5만여명의 발밑에서 일정을 소화한 보조경기장의 잔디는 생육을 보장받아야 한다.

반면, 마음이 급한 수원FC. 리그 하위권을 벗어나기 위한 도약이 시급한 시기인 만큼 훈련할 수 있는 경기장을 알아봤지만, 안타깝게도 경기 남부에 이들을 위한 공간은 남아있지 않았다.

수원FC 관계자는 "화성, 용인 등 근방에 있는 곳은 다 알아봤지만, 훈련장을 빌리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수원FC는 가까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두고 2시간여가 걸리는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로 멀다면 먼 원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수원월드컵재단 관계자는 "흠뻑쇼는 주민들이 좋아하는 행사이고, 공연을 준비하는 싸이 측도 관객 호응도가 높아 수원 공연을 선호하고 있다"며 "수원FC 등이 다소 불편함을 겪을 수 있겠지만, 더 좋은 환경을 위해 협의를 통해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열심히 일한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들은 다음 달 12일 예정된 '워터밤 수원 2023'에 다시 애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흠뻑쇼에 비해 다소 온화한 물줄기를 맞겠지만, 잔디들은 축구 팬과 공연관람객을 위해 휴식을 갖는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