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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일원엔 여러 대형 건물들이 밀집해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건물 안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쏟아져 나왔다. 각기 다른 사원증을 건 채였다. 해당 건물들엔 적어도 300곳 가까운 기업들이 입주해있다. 대부분 창업한 지 10년이 채 안되는 새싹기업들이다.

각 기업에서 근무하는 3천명 가량의 임·직원들이 이곳으로 출근해 일상을 보낸다. 함께 기업을 성장시키면서 성공의 꿈을 꾼다. 제2판교테크노밸리(이하 판교2TV)에 속해있는 이곳은 판교2TV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판교2TV 기업지원허브·성장센터 지원대상·입주조건 달리해
창업지원주택 직주근접 실현·성남산업진흥원 사업화 멘토링

'유니드캐릭터'·'슈퍼톤' 대박에 동탄2에도 인큐베이팅센터 설립
1인 기업 맞춤형 사무공간… 스마트시티 산업 분야 뭉쳐 '시너지'


이 중 주축을 이루는 기업지원허브와 기업성장센터, 창업지원주택은 판교2TV를 조성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만든 곳이다. 그동안 경기도내 주요 신도시 건설을 주도해온 LH는 판교는 물론, 동탄2신도시에도 기업 지원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나아가 현재 대학교 안에도 기업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 중이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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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에 만들어진 기업들의 요람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가 본격화된 것은 2012년 무렵이다. IT분야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하나 둘 판교로 모여들어 생태계를 구축했다. 소규모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판교에서 성장한 대규모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판교의 문턱은 높아졌다.

자본이 부족한 신생 기업들이 판교에 둥지를 트는 것은 점점 요원해졌다. LH가 단순히 땅을 갈아 도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것은 이 때문이다.

LH가 판교2TV에 조성한 기업 지원 공간은 크게 세 곳이다. 큰 틀에서 목적과 기능은 비슷하지만, 지원 대상과 입주 조건 등이 조금씩 다르다. 기업지원허브는 창업한 지 7년 이내의 스타트업이 입주 대상이다.

예비 창업자에게도 문이 열려있는 게 특징이다. 임대료가 시세의 20~60%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 기업지원허브 내에 사무공간을 둘 수 있다. 반면 기업성장센터는 기업지원허브에 입주하는 기업보다는 업력이 조금 더 된 성장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창업한 지 10년 이내인 기업이 입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임대료가 시세의 80% 수준으로 기업지원허브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판교 일대의 높은 임대료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게 LH 측 설명이다.

동탄2 인큐베이팅센터
LH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동탄2신도시에 조성한 인큐베이팅센터. 행복주택도 함께 조성돼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기업지원허브와 기업성장센터 건물 내엔 사무공간이 빼곡하다. 각 기업들이 회의를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잘 마련돼,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주차 공간이 넓은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각 기업이 운영에 필요한 모든 공간을 자체적으로 갖추려면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공통적으로 필요한 공간들과 인프라를 각 건물 내부에 빠짐없이 마련해 기업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했다.

업무 공간뿐 아니라 직주 근접이 가능하도록 그 사이엔 200세대 규모의 행복주택을 만들었다. 성남시 추천을 받은 창업자나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인데 임대료가 시세 대비 72% 수준으로 저렴하다. 길게는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이른바 창업지원주택인데, 성남산업진흥원도 입주해 이곳에 거주하는 창업자들에 사업화를 지원하고 멘토링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자본이 없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이곳 판교2TV에선 집·사무실을 구하고 임대료를 지불해야 할 걱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판교1TV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 위주로 현재 구성이 돼 있다면 2TV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2TV에서 구축하기 위해 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고 실질적인 직주 근접을 실현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교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
LH가 창업 기업인들의 직주 근접 실현을 위해 제2판교테크노밸리 내 기업지원허브 및 기업성장센터 옆에 조성한 창업지원주택. 성남창업센터가 입주해있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 1인 기업까지 고려한 동탄2 인큐베이팅센터


판교2TV의 기업 지원 공간은 스타트업들에 큰 호평을 받았다. 성과도 컸다. 기업지원허브에서 직원 몇 명으로 출발한 스타트업이 몇년 만에 단숨에 성장해 세계 시장을 주름 잡는 일들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유니드캐릭터는 기업지원허브에 입주할 땐 직원 8명의 작은 회사였지만 이곳의 인프라를 활용해 빠르게 성장했다. 지금은 인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로 뻗어나갔다.

BTS가 속한 하이브로부터 4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AI(인공지능) 오디오 기업 슈퍼톤도 기업지원허브에서 출발해 현재는 별도의 사옥을 지을 정도로 성장한 곳이다.

이런 성공 사례는 동탄2신도시에도 유사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LH가 만든 동탄2 인큐베이팅센터 역시 직주 근접에 중점을 둔 곳이다. 건물 한 쪽엔 기업들을 위한 사무 공간들이 빼곡하고, 다른 한 쪽엔 280세대 규모의 행복주택이 마련돼 있다.

기업들을 위한 개별 공간은 총 131실, 회의공간 등 입주 기업들을 위한 오픈 스페이스는 39실로 구성돼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증가한 1인 기업들을 위해 맞춤형으로 사무 공간이 갖춰져 있는 점도 핵심이다. 각종 사무에 필요한 공간은 물론, 샤워실 등 각 기업 임·직원들을 위한 휴게공간도 부족함이 없었다.

동탄2 인큐베이팅센터의 입주 대상은 제조업 등 스마트시티 산업분야의 창업 기업으로 한정돼있다. 이 때문에 입주 기업들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도 보다 유리하다는 게 LH 설명이다.

여기에 센터 내엔 화성산업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는 소공인복합지원센터도 들어와 있어, 입주 기업들이 판로 등 지자체 차원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혁신타운
LH가 정부, 지자체, 한양대학교 등과 협업해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에 조성 중인 캠퍼스혁신타운 공사 현장.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신도시 내에 이같은 기업 지원 공간을 마련하는 게 도시의 자족 기능을 확대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게 LH 판단이다. 그런 측면에서 LH는 판교에서 동탄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한 것뿐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협업의 범위도 넓히고 나섰다.

안산에 있는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안에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도시첨단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현재 7만8천579㎡ 규모로 공사 중인데, 창업 활성화와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대학의 혁신 역량이 투입될 수 있도록 대학교 내에 이같은 기업 지원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권세연 LH경기본부장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 [인터뷰] 권세연 LH 경기남부지역본부장 "좋은 기업 유치는 도시의 자족·경제 성장에 중요"

LH 공간 기획과 정부·지자체 지원 '결합'
한양대 에리카캠내 '혁신파크' 협업 넓혀
판교2 성공모델 확대 창업생태계에 기여

LH가 제2판교테크노밸리, 동탄2신도시 등에 조성한 기업지원 공간은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소관한다.

단순히 도시를 만드는 일에 더해, 이런 공간을 도시 내부에 형성한 데 대해 권세연(사진) LH 경기남부지역본부장은 "좋은 기업을 유치하고 활동하게 하는 것은 도시의 자족, 지역 경제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판교2TV의 기업 지원 공간은 LH가 보유하고 있는 공간 기획 및 조성 기술에 정부·지자체가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이 결합된 산물이다.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다양한 정부부처·기관은 물론 경기도, 성남시와도 협업해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에겐 사무공간도 중요하지만 기업 운영에 필요한 전문가들의 컨설팅이나 정부 등의 실질적인 지원 등이 적기에 이뤄지는 게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봤다. 이같은 협업이 '키포인트'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판교2TV에 이어 동탄2신도시에 조성한 인큐베이팅센터 역시 화성시 등과의 협업을 통해 입주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협업의 범위를 넓혀 정부·지자체는 물론 여러 대학교와 힘을 합해, 현재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에 캠퍼스혁신파크를 조성 중이다.

권 본부장은 "판교2TV에서의 기업지원 성공 모델을 확대, 적용해 창업 기업들의 성장을 돕고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를 단단히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현재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에 조성 중인 혁신파크도 학계와 정부, 지자체, 우리 LH가 협업해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번에 판교2 기업지원 공간의 임·직원들을 위한 버스킹 공연도 선보였는데 창업에 도전한 이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서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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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토지주택공사 지원을 받아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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