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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박임자 지음. 정맹순 그림. 피스북스 펴냄. 195쪽. 1만6천원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
"안녕하세요. 올해 팔십 둘이 된 맹순씨예요. 도시에서 살지만 매일 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요. 베란다에 새 먹이대를 만들어 준 딸 덕분이에요."

팬데믹으로 일상이 무너져 간 2020년은 탐조책방 박임자 대표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기억이 있다. 팔순이 다 된 엄마 정맹순씨와 함께 갇혀버린 아파트 단지에서 '새'를 만나게 된 것이다.

맛있게 나무 열매를 따 먹는 직박구리, 벌레 먹는 박새, 풀밭을 어슬렁거리는 멧비둘기, 둥지를 짓는 까치 등 평범하고 흔한 텃새들을 자세히 관찰한 그들은 그렇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게 됐다.

이후 두 사람이 사는 아파트 17층 베란다에는 창밖에 내놓은 물과 들깨, 사과를 먹으러 새들이 찾아왔다. 아파트 정원에서 만난 47종의 새는 맹순씨의 그림을 통해 우리나라 첫 '아파트 새 지도'로 탄생했다.

환경과생명문화재단 이다의 생명문화 출판 콘텐츠 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돼 출간된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는 이처럼 박 대표와 맹순씨 가족들이 아파트에서 탐조활동을 하며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소소하지만 뭉클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팬데믹때 아파트 찾아온 텃새들 관찰하며 시작
탐조활동 통해 서로를 이해해가는 뭉클한 이야기
저자 "소중함 몰랐던 가족의 존재 떠올렸으면"


책에는 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 대신 새와 긴밀하게 연결된 맹순씨 가족들의 삶이 녹아있으며, 애틋한 정과 사랑도 한가득 묻어있다. 특히 글 사이사이에 그려져 있는 맹순씨의 새 그림과 꾹꾹 눌러쓴 듯한 글씨로 적어낸 일기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만들기도 한다.

박 대표는 "다양한 활동을 하며 맹순씨의 글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보편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맹순씨의 그림이 매력적이라 저의 글은 그것을 이어주는 역할만 했다.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라는 공간이 사람이 살기 위해 입주하는 것처럼, 새들도 살기 위해 아파트 정원으로 들어온 것"이라며 "닮아 있는 둘의 삶을 책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박 대표는 글을 쓰기 위해 맹순씨의 지나온 세월을 찾아보고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에게 의미 있었던 지점을 새와 가족들로 엮어냈다. 엄마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 박 대표가 얻어낸 가장 좋은 부분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독자들에게 어떤 책이 됐으면 하냐는 질문에 웃으며 말했다. "늘 곁에 있지만 인식하지 못해 보이지 않았던 새처럼, 익숙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가족의 존재를 떠올리는 책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일상 속의 새와 이웃, 가족들을 떠올리며 읽고 나면 따뜻한 마음이 드는 책이길 바라요."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