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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멸화군' 공연 장면 /시작프로덕션 제공

서사 보강·곡 추가… 초연보다 시간 늘어
화재 대응 장면 사료에 상상력 더해 재연


"가장 먼저 뛰어들어 마지막까지 버텨낸다. 희생은 이제 우리의 사명."

조선시대에도 절망의 끝에 있는 모든 이들의 희망이 되었던 '소방관'이 있었다. 그들은 1467년 사옹원에서 시작돼 민가 수십 채까지 집어삼킨 대화재가 일어난 이후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금화군에서 멸화군으로 국가 소방 조직이 개편되며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멸화군'은 오로지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뭉친 조선 최초의 소방관을 다루는 작품이다.

극은 세조 13년 한양도성에서 일어난 대화재로 동료를 잃고 무고한 백성을 구하지 못한 중림과 형을 잃은 천수, 집안이 풍비박산 나버린 연화, 그리고 멸화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후 중림은 금화군을 멸화군으로 개편하고, 연화는 화재로 피해를 입은 백성을 돌보며, 천수는 신입 멸화군이 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데, 이들이 백성의 삶을 위협하는 불과 싸우며 연쇄 방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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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멸화군' 공연 장면 /시작프로덕션 제공

작품은 불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이를 효과적이고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화재 장면을 묘사한 영상과 조명, 무대 세트·효과 등은 몰입도를 높이고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90분이었던 초연에 비해 140분 가량으로 시간이 늘어난 이번 재연에서는 각각의 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연결 구조, 관계성과 같은 서사를 더욱 탄탄하게 채워나갔다.

조선시대 멸화군이 어떻게 훈련하고 불을 껐는지, 평상시 화재 관련 대비는 어떻게 하는지를 보는 것도 이 극의 재미 중 하나다. 멸화자와 보자기, 물통을 활용해 화재에 대응하는 장면과 경보를 울리기 위해 종루에 오르는 모습, 민가의 물동이를 관리하는 장면 등은 창작진이 실제 사료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재연해냈다. 또 각자의 신념을 가진 인물들 간의 대립과 연쇄 방화의 범인을 찾기 위해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들이 흥미롭게 이어지며, 새롭게 추가된 9곡의 넘버를 비롯해 극에 흐르는 곡들은 작품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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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멸화군' 공연 장면 /시작프로덕션 제공

우진하 연출은 "사명으로 지켜낸 하루가 쌓여 더 나은 하루가 된다는 주제로, 모두의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을 위해 인물들의 관계를 잡았다"며 "소방관 분들이 우리가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는데, 멸화군도 같은 맥락이지 않았을까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직업 주는 무게감은 배우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연화 역의 안유진 배우는 "초가집에 불이 나면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주로 집을 무너뜨렸다. 화재가 많이 줄었음에도 멸화군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던 이유"라며 "그럼에도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이를 지켜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되고, 그런 분들에게 이 작품을 헌정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과연 이들은 연쇄 방화 사건을 해결하고 꺼진 불씨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될까. 뮤지컬 '멸화군'은 9월 1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