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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포곡읍 출신의 다보스병원 양성범 이사장은 1995년 당시 80병상의 용인제일의원을 인수하며 고향에서 꿈을 펼치겠다는 목표를 안고 병원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용인제일병원 승격을 거쳐 2003년 지금의 다보스병원으로 개명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코로나19 확장세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던 2021년 말, 용인 다보스병원 양성범 이사장은 큰 결단을 내린다. 자신이 운영 중인 병원을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치료를 위한 전담병원으로 선뜻 내놓은 것이다.

당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 대한민국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중환자가 병원도 가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고 확진자 산모는 구급차에서 출산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던 때였다.

정부는 병상 확보를 위해 규모가 있는 병원들을 대상으로 확진자 전담 치료를 요청했으나, 사실상 병원 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는 병원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모두가 '노(No)'를 외치던 때 양 이사장은 '예스(Yes)'를 택했다. 의료인으로서의 양심 때문이었다.

그는 "확진자 한 사람만 다녀가도 환자들이 다 떨어져 나가는 시기였는데, 하물며 병원에서 통째로 확진자를 받으라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며 "참 묘한 게, 그렇다고 우리 병원마저 외면해서야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의료인의 사명감이 발동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양심에 따른 선택이었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기존 입원 환자들을 내보내야 했고 단골 외래 환자들의 발길은 하루아침에 끊겼다. 국내 손꼽히는 대형병원의 제안을 뿌리치고 30년 전 자신의 고향에 내려와 80병상의 용인제일의원을 인수, 300병상을 갖춘 지금의 종합병원으로 일궈온 건 지역민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그랬기에 '코로나 환자 받겠다고 우리를 내치겠다는 것이냐'는 이들의 원망 어린 하소연은 무엇보다 뼈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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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다보스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제안을 수락, 확진자 치료에 뛰어들었다. /다보스병원 제공

내부의 반발도 거셌다. 실제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이후 의료진을 비롯해 많은 직원들이 병원을 떠났다. 그래도 양 이사장은 그때의 결정을 지금까지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2015년 메르스 때도 우리 병원에선 감염환자를 공개해 치료했는데, 이 때문에 병원 전체가 폐쇄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양심의 가책 없이 큰 보람으로 남아 있다"며 "이번의 경우도 먼 훗날 돌이켜 생각했을 때 후회 없는 결정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치료에 전념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담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다보스병원은 이제 정상 진료를 시작하며 본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오는 10월엔 건강검진센터도 새로 오픈하며 지역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양 이사장은 "의료인의 양심에 따라 국가 정책에 함께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지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앞으로도 막중한 책임을 다하면서 지역민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힘줘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