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인천에서 누구나 쉽게 미술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아트페어가 잇달아 열린다. 오는 9월에는 '인천호텔아트페어'(INHAF), 10월 '개항장아트페어'(가칭)와 '2023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이, 11월은 인천아시아아트쇼 등이 열릴 예정이다. 인천시도 거들고 나섰다.
인천시는 2억7천만원의 예산을 준비하고 '인천형 아트페어 육성지원' 사업에 나서는 등 미술 시장 활성화와 미술 저변확대를 꾀하고 있다. → 표 참조
INHAF, 내달 15~17일 송도센트럴파크호텔
10월 12~15일 송도컨벤시아 '인천코리아…'
26~30일 제1회 '개항장아트페어' 행사 주목
11월23~26일 '제3회 인천아시아아트쇼'도
市 '인천형 아트페어 육성' 공모로 3개 선정
2억7천만 예산 미술시장 활성·저변확대 나서
지역 작가 홍보 플랫폼 기대 '차별화' 관건
■ '인천형 아트페어' 키우기 나선 인천시
미술시장은 크게 '창작자'(작가)와 작품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유통자', 그리고 작품을 구매하는 '구매자'(컬렉터)를 축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단순화해 살펴볼 수 있다. 작품을 유통하는 주체는 크게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 등이 있고 소비자는 개인이나 기업, 펀드 등이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2023 인천형 아트페어 육성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작품을 유통하는 주체 가운데 하나인 '아트페어'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인천 미술 시장 역량과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천형 아트페어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아트페어가 인천 작가의 작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플랫폼으로서 작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시민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미술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유다.
인천시는 최근 공모를 통해 3개의 아트페어를 선정하고 2억7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호텔아트페어, 개항장아트페어(가칭), 인천아시아아트쇼 등이 선정됐다.
인천시는 이 사업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아트페어 개최·운영 단체를 선정해 미술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작품 전시·판매 이외에 특별전이나 토론회, 네트워킹 등 부대행사를 지원해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원금을 통해 인천 작가 작품의 일정비율 참여를 의무화한다는 취지도 있다.
최재필 인천시 문화정책팀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미술시장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고, 인천에서도 2021년 처음 열린 인천아시아아트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인천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예술활동의 결과가 판매, 유통될 수 있는 생태계적 관점에서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의 필요성이 있어 인천형 아트페어를 지원해 육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9월부터 11월까지 연이어 열리는 인천 아트페어
9월에는 제1회 인천호텔아트페어가 찾아온다. 9월15일부터 17일까지 3일 동안 인천 송도센트럴파크호텔 15층과 16층에서 열릴 예정이다. KMJ갤러리 주관으로 인천호텔아트페어 운영위원회가 주최해 참여작가 150여명의 작품 1천500여점을 49개 객실에서 만나는 행사다.
호텔아트페어는 말 그대로 호텔 객실에서 열리는 미술품 장터다. 대형 MICE 시설이 아닌 호텔에서 아트페어를 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상생활과 비슷한 호텔 객실에 배치된 그림을 감상하도록 해 구매자가 자신의 집에 걸었을 때의 분위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 입장에서 딱딱한 화이트 큐브보다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호텔 아트페어의 매력이다.
참여작가 입장에서는 아트페어가 열리는 기간 인천에 머무르기 위해 다른 숙박시설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그동안 인천에서는 간헐적으로 호텔 아트페어가 열렸는데, 인천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10월에는 2023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과 제1회 개항장아트페어가 열린다. 2023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은 인천미술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10월12일부터 15일까지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10월26일부터 30일까지는 제1회 개항장아트페어(가칭)가 열린다. 행사기간 제물포구락부를 중심으로 인천아트플랫폼 야외광장과 주변 갤러리, 카페, 식당 등 상점과 연계해 열릴 예정이다. 개항장 일대 역사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 수요와 아트페어를 결합한 행사로 올해 처음 시도된다.
기존 아트페어와 달리 화이트 큐브가 아닌 열린 공간에서 열릴 예정이며 신진작가와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에게도 문을 열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작품뿐 아니라 작품을 활용한 티셔츠, 열쇠고리, 엽서, 텀블러 등 '굿즈'를 판매한다는 점도 특색있다.
이 행사 역시 인천미술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다. 인천지역 '굿즈' 제조업체와 지역 소상공인, 그리고 참여 작가가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는 행사 구조다. 작가 입장에서 '굿즈'를 제작해 현장 판매할 경우 재고가 부담이 되는데, 샘플을 전시하고 판매는 현장에서 주문을 받아 사후에 구매자에게 보내주는 방식으로 진행해 제고 부담을 없애기로 했다.
11월에는 인천 대표 아트페어로 성장한 제3회 2023 인천아시아아트쇼(IAAS)가 열린다.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150여 갤러리, 4천여점의 작품이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전시 공간의 여유를 주기 위해 지난해 200개 부스에서 올해 190개로 축소했다. 박서보,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차기율, 이건용, 김병종, 김우진 등 400여명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행사를 지역 내 '컬렉터 그룹'을 발굴하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VIP 전용 라운지'를 운영한다. 공연도 개최하고 F&B 존도 행사기간 운영한다. 컬렉터와 갤러리, 인천시민을 모두 만족하는 행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주최 측의 구상이다.
■ 기존 아트페어와 차별화가 관건
공교롭게도 국내외 미술 시장 전반이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올해 인천에서 2개의 아트페어가 처음 열린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미술시장에서도 양극화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유명 작가의 고가 작품의 판매와 유명하지 않은 신진 작가의 저가 작품의 판매는 불경기에도 영향을 덜 받는 반면, 중견 작가의 작품 판매가 위축되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미술 시장의 경향이다.
이런 불경기일수록 아무런 기획력 없이 그저 작품만 늘어놓고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꼼꼼한 기획을 바탕으로 다른 행사와 차별점이 뚜렷한 아트페어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특히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는 더욱 그렇다.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전시·판매에 집중할 뿐 아니라 지역의 미술기관, 작가 등의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강좌, 토론회 등 부대행사로 지역의 색깔을 입힌 행사로 풍성하게 꾸며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 시장 전문가인 이경민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는 "인천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의 타깃과 서울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의 타깃이 분명하게 달라야 한다. 같은 작가, 같은 관객을 타깃으로 하면 안된다. 전략이 중요하다"면서 "또 아트페어라는 행사를 계기로 다양한 기관들이 협력을 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의 색을 입힌 차별화한 아트페어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