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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쌀은 한국인의 주식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접어들며 빵, 국수, 튀김, 부침개, 과자 등이 쌀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고 이제 밀은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2의 주식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국내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6㎏으로 56.7㎏인 쌀 소비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밀 중 국내에서 생산된 밀은 손에 꼽힌다. 1970년 약 16%에 달하던 밀 자급률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무상 원조와 값싼 해외 밀 수입 정책, 정부의 수매중단 등으로 2020년 기준 1%까지 하락해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밀'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1%에 불과한 국내 밀 자급률을 오는 2030년까지 1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은 오는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와 국내 밀에 대한 각종 지원계획 등이 골자로, 생산기반을 늘리고 이를 위한 전문단지를 육성할 수 있게 했다.

국산 자급률 1%까지 하락 95%이상 수입 의존
농림부, 2030년까지 10% 끌어올리기 제1차계획
郡, 지속가능 먹거리로 '밀 거점단지 조성' 돌입
작년 청운면에 13㏊ 6품종 첫재배 가능성 엿봐

2026년까지 300㏊ 규모 연간 1천t 생산
단월면 年 300t 밀가루 제분공장 예정
농업 넘어 가공·관광 연계 6차 산업화
3만㎡ 다목적 복합단지 행사 5천명 성황


양평 우리밀 경관단지
양평군 청운면 가현리에 조성된 우리밀 경관단지. /양평군 제공

■ '주 산업인 농업의 위기…'우리 밀'로 극복'


친환경농업의 본고장인 양평군의 농업은 현재 위기에 처해있다. 군은 2005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관내에서 농업을 영위하는 가구는 점차 줄어드는 상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양평군 내 전업·겸업 농가 수는 2018년 기준 6천841가구에서 2020년 6천149가구로 10%p 이상 감소했으며, 경지면적도 매년 약 200㏊씩 감소하는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농가인구도 2018년 1만6천488명에서 2020년 1만4천587명으로 2년 새 11.5%가 감소했다.

양평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묶여있어 공장 등 일자리 창출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인데, 군과 군의회가 농업인에 대한 각종 지원사업 및 육성조례를 꾸준히 추진해도 점차 줄어드는 농가소득과 이로 인한 영농후계자 육성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

양평 밀 연구동
지난 5월 우리밀 문화행사에서 우리밀 경관단지 내에 조성된 밀 전시장.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과 협력해 우리밀 원물들과 여러 농가에서 지원받은 씨앗, 나락, 다발, 밀가루를 역사·생태· 화학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이런 상황에서 민선 8기 양평군은 정부의 밀 육성 기조 아래 '우리 밀'을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보고 올해부터 '밀 거점단지 조성' 등 본격적인 우리 밀 백년지대계에 돌입했다.

먼저 군은 지난해 청운면 가현리 일대 13㏊에서 밀 6품종에 대한 첫 재배를 시도해 양평에서 밀 재배가 가능한지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다. 이후 군의 기후에 맞는 양평참밀 등 주 품종을 정하고 이를 양산하기 위한 과정에 들어갔다.

군은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4년간 300㏊ 규모의 우리밀 주산단지를 육성해 연간 1천t의 밀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단월면엔 연간 300t의 밀가루를 제분할 수 있는 약 500㎡ 크기의 공장을 설치할 예정이며,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국비사업으로 제분 공장을 늘려 군내 제과·제빵업에 특화된 가공식품산업까지 육성한다.

군에서 생산된 밀은 관내 밀가공 업체를 통해 전량 수매해 생산자의 안정성을 도모하며, 이를 통해 밀 전업 100농가 이상이 참여하는 우리밀 연구회도 발족시킬 예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밀 재배면적은 총 1만1천600㏊로 이 중 약 89%인 1만323㏊를 전라도·광주시가 차지한다. 경기도의 경우 2022년 말 기준 재배 면적은 25㏊로 전국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 군의 계획이 실현될 경우 양평군은 경기도 내 최대 밀 생산지가 될 예정이다.

■'양평 밀'을 문화로, 양평우리밀경관단지 조성

군은 밀의 생산을 통한 1차 산업에 그치지 않고 가공 및 문화·관광·서비스를 연계해 우리 밀의 6차 산업화를 추진한다. 소비자에게 '양평 밀'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해 평범한 주산지를 넘어 밀을 브랜드화한다는 계획이다.

군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거대한 밀 문화시설인 양평우리밀경관단지를 청운면 가현리에 조성했다. 3만4천471㎡에 달하는 단지는 거대한 부지 전체가 밀의 재배뿐 아니라 밀 관련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다목적 복합단지다.

양평 우리밀 경관단지 밀 밭111
/양평군 제공

지난 5월 말 군은 이곳에서 '제1회 양평 우리밀 문화행사-밀과 보리가 춤춘다'를 개최했는데 주최 측 추산 약 5천명이 방문해 밀 관광의 시작을 알렸다.

행사는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각종 체험과 우리 밀 전시, 밀밭으로 넓게 꾸려진 산책로와 포토존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돼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우리밀로 만든 피자, 국수, 짜장면, 황금알빵, 수제밀 아이스크림, 우리밀 맥주 시식부스 등은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밀 전시장은 연구소 형태로 제작돼 관람객들의 몰입감을 더했다.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과 협력해 우리밀 원물들과 여러 농가에서 지원받은 씨앗, 나락, 다발, 밀가루를 역사·생태· 화학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밀 다발 만들기, 드로잉 등 체험부스와 숲속 음식거리 및 버스킹 존으로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행사에 방문한 한 주민은 "예쁘게 심긴 밀 사이로 거닐 수 있고 신기한 분재 등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 행사장이 깨끗하고 아이디어도 많다. 다음 행사를 하면 또 올 생각"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우리밀 빵
지난 5월 말 양평 우리밀 경관단지에서 열린 '제1회 양평 우리밀 문화행사-밀과 보리가 춤춘다'의 밀빵 시식 부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앞으로 군은 양평밀 문화행사를 용문산축제, 산수유 축제 등과 더불어 군의 대표적인 행사의 한 축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전진선 군수는 "양평의 친환경 특작물에 변화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양평의 밀을 이용해서 빵과 밀가루를 생산할 수 있는 농작물 특화도시가 돼야 한다"며 "청운 우리밀 단지에서 진행되는 행사도 매년 더 풍성하게 준비해 대표적인 여름축제로 발돋움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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