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실에서 매일 아이들과 만나는 게 진심으로 행복했다는 선생님이 있다. 교권 추락 뉴스가 연일 쏟아지는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하고 성장시키는 본분은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선생님은 확신하고 있다.
김포 걸포초등학교 권선란(62) 교장은 학부모와 학생, 동료교사로부터 다 환영받는 선생님이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주어진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권 교장을 사람들은 친근하게 여기며 따랐다. 정작 권 교장은 아이들이 스승 같았다고 했다. 아이들을 통해 자신이 더 많이 배웠다며 지난 시간을 고마워했다.
교직 생활 41년 동안 그는 뒤처지고 부족한 아이들에게 훨씬 많은 애정을 가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도 알고 학부모들도 알았다. 분필 가루를 들이켜는 일상이 수없이 반복돼도 그는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소식만 들으면 시름을 잊었다.
김포서만 35년넘게 '교편'… 퇴임 앞둬
국악인의 길·대학 진학 등 소식에 '뭉클'
"각자역량 발견 돕는게 훌륭한 선생님"
권 교장은 지난 1982년 이천초등학교에서 처음 교탁 앞에 섰다. 그로부터 3년 후 김포초등학교로 발령받은 이래 김포에서만 35년 넘게 교편을 잡았다.
공모교장으로 부임해 걸포초를 이끌었던 그는 오는 31일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을 위한 봉사자와도 같았던 권 교장의 퇴장을 학부모들은 유독 아쉬워하고 있다.
7일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순식간에 훅 지나간 것 같다"며 편안하게 미소 지었다. 권 교장이 초임 발령 때 선배교사로부터 가장 먼저 배운 건 갈탄 난로 때는 법이었다. 난로 밑에 우유갑을 말려 불쏘시개로 사용한 이야기며 불을 잘못 지펴 연기만 풀풀 내던 이야기 등을 권 교장은 어제 일처럼 회상했다. 신이 나서 추억을 더듬는 와중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포의 아이들은 권 교장을 만나 용기를 잃지 않았다. 노래를 너무 잘해서 합창반 활동을 권유했던 제자는 국악인의 길을 걷게 됐고, 외지에서 이사와 적응을 못 하던 제자는 권 교장의 영향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권 교장은 "한 제자가 찾아와서는 과거 자기가 어디서나 홀대받는 기분이 들고 외로울 때 선생님이 남들과 똑같이 공평하게 대해준 덕분에 자신감을 얻어 잘 살 수 있었다고 인사하는데 뭉클했다"고 소개했다.
권 교장은 교사의 말 한마디로 아이들 인생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저마다의 역량과 능력을 발견해줄 수 있다면 고맙고 훌륭한 선생님이 아닐까 싶다"는 말로 후배교사들을 향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