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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학생 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뿌리를 내린 지 10여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고등학교의 텅빈 복도 모습. /경인일보DB

 

#남양주시의 한 고등학교는 얼마 전 학생들이 직접 수학여행지를 결정했다. 절반 가까운 학생에게 선택을 받은 곳은 부산. 이 학교에 재학중인 김진아(이하 가명)양은 오는 10월 부산에서 펼쳐질 수학여행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김 양은 "부산에서도 관광지·맛집 등 각자 선호 별로 팀을 나눠 여행 일정을 짠다"며 "학생회에서 수요조사를 통해 매점에 들일 품목을 정했고, 시험 일정에도 학생 의사가 반영됐다. 이런 결정마다 직접 참여해 학교를 주도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양주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한지환 군은 캐나다에서 온 친구와 한 학급에서 생활하며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몸에 새기는 중이다. 피부색과 출신 지역 등이 다르다고 차별적인 말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포함해 기본적이면서 친구들 사이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들이다.

한 군은 "'내'가 소중한 만큼, 친구들의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마음으로 알고 있고, 선생님의 교육을 통해 되새기고 있다"며 "해서 안 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가 있지만, 곧 잘못이란 걸 알고 사과부터 하고 고치려고 한다"고 했다. 

2010년 첫 도입후 학교현장 변화
'책임·의무 추가' 개정안 공감도
임태희 "상호존중 문화 정착을"

학교 의사결정 참여·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학생 인권에 관한 기본적인 규범 사항을 담은 '경기도 학생 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뿌리를 내린 지 10여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숨진 이후 교권붕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개정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후보 시절부터 개정 목소리를 내온 데 이어, 최근 "권리와 책임이 같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전면 개정'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에 교원단체들까지 앞다퉈 조례 개정을 두고 찬반 의사를 피력하는 가운데 정작 조례 적용 대상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드문 형편이다. 경인일보는 전국에서 첫 번째이자 2010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시행한 도내 초·중·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초등학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학생 스스로 존중받는 존재라는 인식을 받고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수원시 내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천서현(6학년) 학생은 "급식 메뉴를 고를 때나 도서를 구매할 때 학급회의 같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존중받는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고, 평택시의 한 초교에 다니는 공호준 학생은 "학교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이라 느껴져 학교 가는 게 즐겁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권조례에 대한 인지 여부와 별개로 조례를 바탕으로 학교 공동체가 일군 변화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다만 개정안의 핵심이 될 학생의 '책임과 의무' 문구가 기존 조례에 더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군포시의 한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최주혜 학생은 "크고 작은 학폭(학교폭력) 사건이 터지는데 선생님들도 그 대상에서 예외가 아닌 것 같다"며 "체벌과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는 학생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임 교육감은 최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정안은 꽤 오래전부터 준비했다. 권리와 책임이 같이 들어가는 방향"이라며 "일부에서는 조례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능사가 아니다. 학생을 존중하지 않고 교사가 존경받을 수 있겠느냐. 학교 구성원 서로가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학교 안에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손질 앞둔 학생인권조례, 선생님 생각은)

/조수현·김산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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