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최초의 가족 발굴
일본인 소장가의 아틀리에에서 발견된 1955년작 장욱진 최초의 '가족'.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한국 대표작가 장욱진의 최초 가족도인 1955년작 '가족'이 발굴돼 6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왔다. 1964년 반도화랑에서 개최된 장욱진 첫 개인전에서 일본인 개인 소장가에게 판매된 후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오는 9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이 작품은 생전에 30여 점 이상의 가족을 그린 장욱진이 항상 머리맡에 걸어둘 만큼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자 생애 첫 돈을 받고 판매한 작품이다. 이 값으로 장욱진은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사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작품을 두고 부인 고(故) 이순경 여사는 "두고두고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큰딸 장경수씨 역시 이를 장욱진의 대표작으로 꼽았던 바 있다. 장욱진과 깊은 친분을 유지했던 김형국 전 서울대 교수는 1991년 그림의 행방을 찾으려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현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장욱진의 '가족'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장욱진 회고전' 기획을 계기로 발굴됐다. 전시 기획을 맡은 배원정 학예연구사가 소장가 시오자와 사다오의 아들 부부를 찾아가 소장가의 오래된 아틀리에를 방문했고, 낡은 벽장 속에서 먼지를 잔뜩 쓴 그림을 직접 찾아낸 것.

작품은 평생 가족 이미지를 그린 장욱진 가족도의 본보기가 되는 그림이자, 최초의 정식 가족도라는 측면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

그림에는 작품 제작연도인 1955와 장욱진의 서명이 적혀있고, 화면 한가운데 자리한 집 안에는 4명의 가족이 앞을 내다보고 있다. 집 좌우로는 나무가 있으며 두 마리의 새가 날아가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그려진 대상들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장욱진의 독특한 조형 감각을 볼 수 있다.

또 그의 가족도 중 아버지와 아이들만이 함께 그려진 유일한 사례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작품의 액자 틀은 월북 조각가 박승구가 조각했다고 알려졌다.

장욱진의 1955년작 '가족'을 볼 수 있는 '장욱진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9월 14일부터 개최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