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는 읍면동만 기재해주세요. 차량번호는 네 자리만 적어주시고요."
유영근(68)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주차안내요원으로 변신했다. 2018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김포시장 후보로도 출마했던 그는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 검문소 앞에 마련된 주차장에 정식 채용돼 지난 7월1일부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도의원·시의장 등 역임한 지역 거물급정치인
"한동안 한량처럼 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각종 자격증에 경비교육까지 받고 입사 도전
높은 급여 마다하고 과거 활동한 애기봉으로
경기도의원과 3선 김포시의원 출신으로 지역 거물급 정치인이었던 그는 지난 2017년 시의장 자격으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착공식에서 축사를 한 적이 있다. 그랬던 그가 과감하게 새 인생을 개척한 이유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낭인생활에 대한 염증 때문이었다.
유 전 의장은 "시장 선거에 떨어진 후 딸들이 '이제 정치를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딸들이 선거를 돕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만날 술 먹자는 연락만 오고, 늦게 배운 당구나 치며 한량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별안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돌이켰다.
16일 늦은 오후에 만난 유영근 전 의장은 몰라보게 날씬해져 있었다. 형광조끼 차림으로 방문객 차량을 유도하던 그는 "아무래도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자동으로 체력관리가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영근 전 의장은 재취업을 준비하며 경비교육까지 받았다. 심리상담사 1급과 스트레스관리지도사 1급 자격을 보유한 그는 세 군데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 전부 합격했고, 급여를 많이 주는 직장을 포기하고 애기봉을 택했다.
유 전 의장은 "애기봉은 과거 김포문화원 사무국장을 12년간 역임하며 숱하게 오갔던 곳"이라며 "KBS '6시 내고향' 등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해 애기봉을 홍보했었다"고 설명했다.
유영근(68)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주차안내요원으로 변신했다. 2018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김포시장 후보로도 출마했던 그는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 검문소 앞에 마련된 주차장에 정식 채용돼 지난 7월1일부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도의원·시의장 등 역임한 지역 거물급정치인
"한동안 한량처럼 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각종 자격증에 경비교육까지 받고 입사 도전
높은 급여 마다하고 과거 활동한 애기봉으로
경기도의원과 3선 김포시의원 출신으로 지역 거물급 정치인이었던 그는 지난 2017년 시의장 자격으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착공식에서 축사를 한 적이 있다. 그랬던 그가 과감하게 새 인생을 개척한 이유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낭인생활에 대한 염증 때문이었다.
유 전 의장은 "시장 선거에 떨어진 후 딸들이 '이제 정치를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딸들이 선거를 돕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만날 술 먹자는 연락만 오고, 늦게 배운 당구나 치며 한량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별안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돌이켰다.
16일 늦은 오후에 만난 유영근 전 의장은 몰라보게 날씬해져 있었다. 형광조끼 차림으로 방문객 차량을 유도하던 그는 "아무래도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자동으로 체력관리가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영근 전 의장은 재취업을 준비하며 경비교육까지 받았다. 심리상담사 1급과 스트레스관리지도사 1급 자격을 보유한 그는 세 군데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 전부 합격했고, 급여를 많이 주는 직장을 포기하고 애기봉을 택했다.
유 전 의장은 "애기봉은 과거 김포문화원 사무국장을 12년간 역임하며 숱하게 오갔던 곳"이라며 "KBS '6시 내고향' 등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해 애기봉을 홍보했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하는 와중에도 그는 수시로 경광봉을 들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컨테이너 안에서는 방문객들이 신청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그는 차량 안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했다.
유영근 전 의장은 "마음을 비우고 시작했지만 쑥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며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 날 못 알아볼 걸로 생각했는데 오랜 지인이 자길 모르느냐면서 무척 서운해하더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가 원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인데, 날 보고싶어 하는 이들을 모른 척하는 게 비겁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진짜로 마음을 비우니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고 일이 그렇게 즐거워졌다"고 했다.
유 전 의장은 얼마 전 첫 월급을 타서 '원' 단위까지 몽땅 아내에게 보내줬다.
"못난 남편 5년 만에 월급 안겨주고 나니 마음이 너무 편했어요. 저처럼 용기와 희망을 갖고 일을 잡으면 신체건강·정신건강 둘 다 챙길 수 있다는 말을 은퇴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유영근 전 의장은 "마음을 비우고 시작했지만 쑥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며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 날 못 알아볼 걸로 생각했는데 오랜 지인이 자길 모르느냐면서 무척 서운해하더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가 원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인데, 날 보고싶어 하는 이들을 모른 척하는 게 비겁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진짜로 마음을 비우니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고 일이 그렇게 즐거워졌다"고 했다.
유 전 의장은 얼마 전 첫 월급을 타서 '원' 단위까지 몽땅 아내에게 보내줬다.
"못난 남편 5년 만에 월급 안겨주고 나니 마음이 너무 편했어요. 저처럼 용기와 희망을 갖고 일을 잡으면 신체건강·정신건강 둘 다 챙길 수 있다는 말을 은퇴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