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들이 지난주 귀국길에 오르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5천여 명의 대원들을 품에 안았던 용인특례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대원들이 머물 숙소와 식사 제공을 비롯해 안전한 이동을 온전히 책임졌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원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했다.
출국이 지연된 일부 대원들을 위해 공식 대회 일정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숙식을 제공하며 마지막까지 대원들을 지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회였으나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는 용인시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도착 직전 결정된 용인행… 공직자들 '비상'
계획도, 준비 시간도 없는 상황서 임무 수행
기업체·대학·종교기관 등 협조로 숙소 확보
문화·예술·관광 인프라 총동원한 유종의 미
'눈부신 위기대응' 이상일 시장 리더십 큰몫
■ 미션 임파서블…5천명 수용 작전 '성공'
35개국 5천292명 대원들의 '용인행(行)'이 결정된 건 도착 직전 날이었다. 사실상 통보나 다름없는 정부 방침에 용인시 전역엔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고 공직자들은 소위 '멘붕'에 빠졌다. 아무런 계획도 준비할 시간도 없었으나 그렇다고 망설일 시간도 없었다.
숙소 확보가 시급했다. 시는 즉시 관내 기업체와 대학, 종교기관,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숙소 섭외에 나섰다. 기업 연수원과 대학 기숙사, 경기소방학교 등의 장소들이 하나둘씩 마련됐고 그렇게 5천여 명이 머물 수 있는 장소가 확보됐다.
숙소가 확보된 이후 시 공직자들은 곧바로 잠자리와 시설 등에 대한 개별점검에 나섰다. 15곳의 숙소마다 공직자를 책임관으로 배치하고 경찰·소방과의 공조를 통해 대원들의 안전도 사전 관리에 들어갔다. 이 모든 게 대원들의 이동 소식이 전해진 7일 밤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불과 몇 시간 새 추진된 일이다.
대원들의 도착일이었던 지난 8일 오전 이상일 시장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잼버리 종합지원대책반을 꾸렸다. 행정지원, 문화체험, 의료위생, 안전관리 등 4개 분과를 구성해 각각 책임 인력을 배치하고 숙소 관리와 프로그램 운영 등 역할을 분담했다.
무엇보다 안전과 위생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 권역별 경비 인력을 배치하고 매 끼니 식사뿐 아니라 간식까지도 일일이 식중독균 검사를 실시했다. 대규모 인원의 숙소 확보에 이어 이처럼 대원들의 안전에 관한 미션까지도 일사불란하게 수행해 나갔다.
■ "걱정 말아요, 잼버리" 팔 걷은 공직자
숙식 해결에 이은 다음 미션은 대원들의 '추억 만들기'였다. 시는 관내 문화·예술·관광 인프라를 총동원해 대원들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처인성, 법륜사, 와우정사 등 관내 문화 유적지 방문을 비롯해 과천 과학관,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 비무장지대(DMZ) 견학 등 관외 활동도 기획했다.
태풍 카눈으로 인한 기상 악화 시엔 문예회관, 포은아트홀 등지에서 태권도·택견 시범, 풍물놀이 등의 실내 공연을 선보이며 대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대회 말미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POP 콘서트 방문은 5천여 명이 한 번에 이동해야 하는 만큼 안전사고 우려가 높았지만 100여 명의 시 공직자들이 대원들을 직접 인솔하며 무사히 일정을 소화했다. 이들은 당시 자정을 넘겨 대부분 새벽 시간에 귀가했다.
이처럼 시 공직자들은 대회 기간 내내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 숙소 관리와 음식 점검, 이동 동선 관리, 체험 프로그램 운영, 생필품 배급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대원들의 일과시간 내내 함께하다시피 하며 지근거리에서 이들을 지원했고, 대회 기간 종료 이후 항공편이 지연돼 출국이 늦어진 일부 대원들을 위해선 주말까지도 반납하며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공직자들의 수고를 곁에서 지켜본 이 시장은 용인시공무원노동조합과 간담회를 주선,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 이 시장은 잼버리 활동에 참여한 공직자들에게 특별휴가를 주는 한편, 행정안전부를 향해선 공직자들의 초과근무와 상암동 인솔 공직자들의 공무출장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시장은 "초과근무의 경우 통상 최대 4시간만 인정되지만, 이번처럼 국가적 행사를 위한 특별 지원의 경우 실제 활동한 시간을 온전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위기에서 빛을 발한 '이상일 시장 리더십'
불가능해 보였던 미션을 가능하게 만든 데는 시 공직자들의 헌신과 함께 이를 진두지휘한 이 시장의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
지난 7일 대통령실로부터 5천여 명의 대원들이 용인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당시 이 시장은 "대원들이 좋은 기억을 안고 갈 수 있도록 잘 챙길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정부 관계자를 안심시킨 뒤 곧바로 숙소 확보에 나섰고, 이후 잼버리 종합지원대책반을 꾸려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처했다.
대원 1인당 지원 예산 범위와 추후 정부 차원의 보전문제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으나, 이 시장은 정부와 소통하며 이 문제부터 풀어갔다. 무엇보다 대회 종료 이후 출국하지 못한 대원들을 위해 이들이 떠날 때까지 숙식과 교통편의 제공을 결정한 점이 큰 주목을 받았다.
용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머물던 대원들까지도 고려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지자체 차원의 지원 연장을 건의했고, 이 같은 제안이 받아들여져 대회의 '해피엔딩'을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대원들뿐 아니라 이들을 위해 고생한 공직자들을 챙기는 데도 앞장섰다. 정부에 공직자 과외 업무에 대한 초과근무 인정 등의 보상책 마련을 요구하며 이들의 입장을 대변했고, 해결책을 이끌어 냈다. 구두 약속에 그치지 않고 정부로부터 공문서를 받아내 확실한 근거까지 마련했다.
갑작스레 주어진 국가적 행사를 무사히 치른 것 외에 기간 내내 매끄러운 관리·운영을 통해 위기 대응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시장은 대회 종료 이후 시 공직자와 관내 기업, 대학, 관련 기관에 서한문을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시장은 "110만 용인시민과 관계 기관, 기업, 대학을 비롯해 용인시 공직자들까지 한마음으로 힘을 모은 덕분에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용인시와 대한민국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