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9줄 바둑판에서 아이들에게 세상살이의 지혜와 삶의 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3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친 뒤 연천에서 바둑 후학도를 양성하고 있는 오범교(65) 전 전곡초등학교 교장은 "바둑판에서의 인생과 대화가 즐겁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바둑 돌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 전 교장은 1992년 연천군 청산면 초성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했고 2020년 8월 퇴직했다.
자타공인 실력 '빈삼각교습소' 운영
'묵언대화 속 교감' 학생에게 알려줘
어르신에겐 쉼터이자 치매예방 취미
그는 1991년 공인을 받은 아마 5단 실력자다. 제3회 경기 교총 바둑대회 개인전 우승, 제10회 의정부시장배 전국바둑대회 우승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지금은 전곡읍에서 빈삼각스토리 바둑교습소를 운영하며 오 원장으로 불린다.
오 원장은 "어릴 적엔 취미생활이었지만 현재는 보금자리로 이끌어 준 것이 바둑이다. 퇴직 후 연천군 바둑 생활체육교실에서 10여 명의 성인들과 30여 명의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나름 보람을 갖게 됐다"며 "방식은 다를지언정 교육이란 운명에 순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둑을 수담(手談)이라고도 부른다. 굳이 말을 하지 않고 바둑돌로 상대의 의사를 헤아리고 대화를 나누는 경기이기 때문에 무언의 대화를 통해 상대와 교감하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오 원장은 특히 "학생들은 바둑을 두며 예절과 준법정신, 인내심을 배우고, 어르신들은 노후에 무리하게 몸을 쓰지 않고 취미활동으로 치매예방 등의 정신건강을 지속할 수 있다"며 바둑이 가져다 주는 장점을 소개했다.
그는 "바둑이야말로 자신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인생의 즐거움이자 행복"이라며 "바둑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 원장은 "바둑교습소가 어린 학생들에게는 취미생활의 길을 열어주고 지역사회 어르신들에게는 쉼터로 제공되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랜 교직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교육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