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701001019000052992.jpg
용인대가 지난 15일 고(故) 최명욱 지부장의 유족을 찾아와 4천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왼쪽)를 전달했으나, 단 하루만에 내용증명(오른쪽)을 보내 합의를 철회했다. 공교롭게도 고인의 사망에 관한 언론보도가 나간 직후였다. /고(故) 최명욱 지부장의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원회 제공

전국대학노동조합 용인대 지부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해 유족이 진상규명을 촉구(8월16일자 9면 보도=용인대 노조지부장 극단선택… 유족, 학교에 진상규명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장례 기간 도중 학교 측이 수천만원의 위로금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학교 측의 합의 제안은 고인의 사망 사건을 다룬 경인일보 보도 이후 곧바로 철회, 당초 합의의 목적과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부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유족의 황망함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5일 용인대의 한 관계자는 한 장의 합의서를 들고 고(故) 최명욱 지부장의 빈소를 찾았다. 한진수 총장의 직인이 찍힌 합의서에는 고인의 명예퇴직과 관련된 사항을 규정과 법령에 따라 진행하고 총장의 승인을 득해 퇴직위로금 4천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퇴직위로금 4천만원 지급 내용 담긴 합의서
용인대, 자사 보도 이후 합의서 회수 요구 
대책위 "사태 수습 시도 뒤 합의 뒤집어 기만"
학교 측 "유족 측 합의 거절… 외부 분란 의심" 

2023082701001019000052991.jpg
전국대학노동조합 용인대지부 고(故) 최명욱 지부장의 사망 사건과 관련, 대학노조 경인강원지역본부를 중심으로 고인의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들은 지난 25일 용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대를 향해 유족에 대한 사과와 함께 진상규명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023.8.25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그러나 학교 측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합의를 철회했다. 합의서를 전달한 당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나 유족을 찾아 합의를 서둘렀지만, 이튿날 곧바로 유족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합의서는 효력을 상실했다고 통보하며 합의서 회수를 요구했다. 유족의 답변이 없어 수용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학교 측의 합의 철회 시점은 공교롭게도 고인의 사망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족의 입장이 반영된 최초의 언론보도가 나간 직후였다. 이를 두고 유족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황급히 합의를 추진했던 배경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학노조는 경인강원지역본부를 중심으로 고인의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려 진상규명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 25일 용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을 향해 유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상규명을 위한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유야 어떻든 간에 사람이 죽었는데 죽음을 애도하고 슬픔을 달래는 게 먼저 아닌가. 그런데 학교 측은 그럴 겨를도 없이 장례 도중 합의서부터 내밀며 사태 수습을 시도하더니 또 곧바로 합의를 뒤집으면서 유족을 기만했다"며 "무엇이 고인을 죽음까지 내몰았는지, 무엇 때문에 학교 측은 서둘러 합의에 나섰고 이를 통해 무마하고 싶었던 건 대체 무엇이었는지 밝힐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위의 기자회견 직후 용인대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합의서는 유족의 요청대로 퇴직 예우를 지원하고자 작성됐는데 유족 측이 합의를 거절했다. 대학 외부 단체가 개입하면서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