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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진 군도 훈련시간 이전에는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학생이다. 사진은 김포제일공업고등학교 교정.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출발 직전 항상 '이번이 끝이다. 기회는 지금뿐이다'라고 혼잣말을 한다
앳되어 보이던 중학생 스프린터는 한국육상의 간판으로 변해 있었다. 천진난만했던 얼굴에는 강렬한 눈빛이 드리우고 184㎝의 큰 체구는 단단하게 각이 잡혀 있었다.

그야말로 폭풍성장이다. 나마디 조엘진(17·김포제일공고) 군은 금파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21년 여름 경인일보와 인터뷰할 때만 해도 어디까지나 유망주였다. 당시 조엘진 군의 100m 최고기록은 11초4. 중학교에서 입상한 적은 없었으나 타고난 발목탄력과 긴 하체, 침착한 품성을 코치들은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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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2022년부터 조엘진 군은 경기도체육대회 남고부 100m에서 우승(10초61)하고, 처음 출전한 전국체육대회 남고부 100m에서도 은메달(10초72)을 따며 체육계의 관심을 서서히 집중시켰다. 같은 해 10월에는 쿠웨이트에서 개최된 18세 미만 아시아청소년육상선수권 100m에서 동메달(10초77)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올해 7월 회장배 전국중고등학교육상경기선수권에서 10초44를 찍으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최근 목포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 한국 남고부 신기록(10초36)을 수립하며 우승하는 역사를 썼다. 이 대회에서 조엘진 군은 200m와 400m계주까지 3관왕에 올랐는데 그중 200m는 두 번째 출전 만에 대회신기록(21초15)을 세웠다.

조엘진 군의 100m 기록은 김국영의 한국신기록(10초07)과 불과 0.29초 차이다. 김국영의 고교 시절 최고기록은 10초47이었다. 성인 선수에 밀리지 않는 지금의 페이스라면 오는 10월 전국체육대회 남고부 100m에서도 금메달이 유력하다. 인스타그램으로 외국선수 경기 영상을 찾아보길 좋아하던 소년이 어느새 육상꿈나무들의 롤모델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체전 우승 시작으로 '존재감' 어필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서 '신기록' 수립
100m 성적, 한국신기록과 0.29초 차이
10월 열릴 전국체전, 강력한 '금메달 후보'

국가대표 상비군 자격으로 미국 동계훈련
"비웨사 형처럼 외국 훈련 받아보고 싶어"

30일 오전 김포제일공고 교정에서 만난 조엘진 군은 "여러 코치님께서 꾸준히 관리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됐고, 피지컬이 좋아진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기록단축 비결을 소개했다.

조엘진 군이 온 힘을 다해 트랙을 질주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해냈다'는 성취감이다. 그는 "100미터라는 종목은 0.01초라도 시간을 줄일 때의 성취감이 엄청나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결승선 통과 후 전광판 숫자를 봤을 때 너무 흥분되고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탕' 하는 총성이 울리면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다만 스타트라인에 앉았을 때 매번 되뇌는 말이 있다. 조엘진 군은 "출발 직전 항상 '이번이 끝이다. 기회는 지금뿐이다'라고 혼잣말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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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경인일보와 인터뷰할 당시(왼쪽)와 최근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100m 결승선을 통과한 뒤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고 포효하는 조엘진 군.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대한육상연맹 제공

조엘진 군의 요즘 취미는 그림 그리기다. 사물을 하나 두고 연필로 스케치하는 걸 좋아한다. 독학으로 코드를 익혀가며 기타를 치기도 한다. 그 외 시간은 오로지 운동이다.

올해 초 국가대표 상비군 자격으로 3개월간 미국 샌디에이고 동계훈련을 다녀온 그는 "나중에 기회가 주어지면 비웨사 형처럼 외국에 가서 훈련을 받아보고 싶다"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