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피해지원 상담 (13)
금융 및 부동산 사기가 급증하는 가운데, 시민들의 경제 이해력은 연령·소득별로 양극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구청사에 마련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는 현장. 2023.9.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3줄 요약
- 금융·부동산 사기가 급증하고 고도화되는 상황
- 연령·학력·소득별로 '경제 이해력 양극화' 발생
- 취약계층일수록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형국

화성에 거주하는 30대 초반의 A씨는 지난 4월 1억6천여만원 상당의 전세 보증금을 떼이는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해당 오피스텔은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대상에 해당했지만, A씨는 계약 당시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공인중개사는 융자가 없는 깨끗한 등기부등본을 보여주며 A씨를 설득했다. 인생 첫 전세 계약인 터라 부동산에 대해선 아무런 지식이 없었던 A씨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고 계약했다. 그리고 해당 오피스텔은 최근 경매에 부쳐졌다.

 

A씨는 "계약 때 친구들을 통해 보증보험 가입이 필요하고 등기부등본을 봐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용어도 어렵고 처음 하다 보니까 공인중개사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서른이 넘도록 부동산 관련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전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도 필요하지만, 기초적인 교육이나 도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70대 가장 낮고 20대도 평균 아래
연령·학력·소득따라 양극화 현상

이런 일은 A씨와 같은 청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년의 B씨 역시 뜻하지 않은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온 결혼식 청첩장 링크를 눌렀다가 수백만원 상당을 잃은 것이다. 친구나 지인 등의 자녀들이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 별다른 의심 없이 눌렀는데 곧장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면서 휴대전화 속 개인정보, 금융정보 등이 사기범에게 전송됐다. 사기범은 이를 악용해 B씨 명의의 한 은행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신규 비대면 대출을 받아 자금을 이체했다.

날이 갈수록 금융 및 부동산 등의 사기가 증가하고 고도화되는 가운데, 경제 이해력은 연령·소득별로 양극화되면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경제 관련 이해도가 비교적 낮고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위험이 집중되는 실정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2022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한국 성인의 금융이해력은 66.5점으로, 2020년 조사(65.1점)보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장기 재무 목표를 설계하고 있다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7.7%로 미흡했고, 전문적인 금융정보에 입각하지 않은 채 가족과 친구 등에 의존해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택하고 있다는 비율도 58.4%로 여전히 높았다. 

 

전세사기피해지원 상담 (9)
금융 및 부동산 사기가 급증하는 가운데, 시민들의 경제 이해력은 연령·소득별로 양극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구청사에 마련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는 현장. 2023.9.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금융 이해력 점수의 경우 전 연령대에서 이전 조사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금융 이해력 점수가 상승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학력별로는 대졸 이상은 68.7점, 고졸은 65.4점, 고졸 미만은 59.3점이었다. 소득별로는 연소득 7천만원 이상은 68.7점, 3천만~7천만원은 68점, 3천만원 미만은 63.2점이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69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20대(65.8점)와 70대(61.1점)는 낮았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실시한 디지털 금융이해력 조사 점수 분포도 마찬가지였다. 70대 이상 고령층(36점), 저소득층(39.4점), 고졸 미만(35.9점) 등이 일반 성인(42.9점) 평균 점수에 못 미쳤다.

금융 이해력 점수가 낮은 이들 사회초년생 20대와 은퇴 고령층 70대 위주로 금융·부동산 사기 피해도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부터 불거져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 54.3%는 2030 청년층(1천628명, 지난 6월 기준)이었다.

전세사기 절반이상이 '2030세대'
보이스피싱은 '60대 이상' 40.5%
"취약층 대상 관련교육 등 필요"

이들 상당수는 사기 피해를 입은 계약이 첫 전세 임대차 계약이었다. 금융 사기의 일종인 보이스피싱의 경우 주 피해자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2021년 기준 보이스피싱 2만909건 중 40.5%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했다. 사기 수법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지만, 고령층이 디지털 금융에 서툰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 범죄 유형이 고도화돼서 어르신들이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청첩장 형태로 오는 문자 피싱도 있다"며 "금융 교육을 평소 받지 않다 보니까 가족이나 지인이 추천하는 상품에 멋모르고 투자해 노후 자금을 잃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적인 경제 습관이 형성되지 않고 주변의 도움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일수록 금융 및 부동산 등 사기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형국이다.

김재훈 경기자립지원센터 내비두 대표는 "청년들 중에서도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경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해 2천만원에서 5천만원에 이르는 자립정착금을 사기 당하는 경우가 있다. 또 부동산 계약은 더 나이 많은 어른에게도 어려운 터라, 아이들이 처음 부동산을 계약할 땐 동행해 도와주고 있다. 취약층에 대한 여러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그래프 참조·관련기사 3면([경인 WIDE] '모르면 당한다' 취약층 현혹하는 금융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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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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