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스토리도 연극이 되는 구나'하는 신선함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27년간 인상에 남는 굵직한 광고를 제작해온 김한석 PD가 자신에게 익숙한 필드에서 벗어나 연극에 도전한다. 250여 편의 눈길을 사로잡는 TV광고로 광고업계에서도 성공한 인물로 꼽히는 김 PD가 연극 '영원한 동문들'의 연출을 맡아 또 다른 방식으로 대중을 만난다.
연극 '영원한 동문들'은 소위 귀족학교라 불리는 사립학교 출신의 인물들이 중소도시의 한 식당에서 만나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인물들은 따뜻한 인간관계를 기대하며 동문회에 나서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비즈니스와 정치, 또 타인에게 평가받고 검증받는 등 괴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모순을 코미디로 그리고 있다.
김 PD는 "MZ세대들은 동문회에 나오지 않는다. 한국식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껴서 일 것"이라며 "연극을 통해 학적에서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어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검증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7년 광고 경력… 예인아트홀에서 10월 6~8일
한 식당에서 모이게된 '귀족학교' 나온 동문들
김 PD는 집단에서 타블로이드판의 기사처럼 소비되는 개인의 모습을 진지하지만 코믹하게 풀어냈다. 그는 "집단 안에서 개인들은 가해자가 되면서 피해자가 되는 복합적으로 존재한다"며 "'말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뾰족한 칼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극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살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다 보니 극 중 인물 6명에게 100명의 이야기를 녹인 것같다"며 "그러다 보니 인물 하나하나가 깊은 내적 세계를 갖게 됐다. 이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극에 대해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극 중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일상을 사는 관객들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인 만큼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코미디로 그린 '한국식 인간관계 양면성·모순'
차기 '풀뱀사기' 소재 구상 "하고픈 얘기 많아"
김 PD는 연극을 도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아무래도 광고를 예술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연극은 이래야 한다'는 말을 더 많이 들은 것같다"면서도 "그렇지만 내가 가진 새로운 방식을 통해 굉장히 신선한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도전은 이미 1회성이 아닌 듯하다. 김 PD는 "이번 연극을 통해 한국식 인간관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다음에는 소위 '풀뱀사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며 "듣는 사람만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들려주는 연출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김한석 PD는 위트프로덕션의 대표이자, 미래산업과 관련한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작자다. 현재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고 있다.
영원한 동문들. 일시: 10월 6일(오후 7시30분)·7~8일(오후 2시, 6시)·9일(오후 3시). 장소: 예인아트홀.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