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광주 닻미술관 기획전 '무경계'

강렬한 찰나… '장엄한 경이'

닻미술관 기획전 '무경계'에 전시된 브라이언 오스틴의 'Minke Whale Composite One' /구민주 기자 [e-mail]

우리가 구분 지어놓은 경계는 결국 하나의 본질 아래 희미해진다. 오랜 시간 바닷속 풍경을 담아온 작가 웨인 레빈과 브라이언 오스틴은 무한한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의 순환과 같은 경계 지을 수 없는 것을 사진으로 표현한다. 광주 닻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무경계'에서는 그들의 사진 속에 찍힌 어느 한 찰나가 사유의 순간으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50여 년간 프리다이빙으로 바닷속 풍경과 생물을 찍은 웨인 레빈은 이번 전시에서 하와이섬의 산맥을 보여준다. 자신이 찍어왔던 수중의 사진과 산맥의 사진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작품 속에는 산과 하늘과 구름이 하나로 어우러져 펼쳐진다. 바다 아래 있던 산맥이 수면 위로 솟아올랐고, 물과 공기가 만나 만들어진 안개는 파도와도 같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모든 것은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관계성을 지니고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닻미술관 기획전 '무경계'에 전시된 웨인레빈의 코울라우 시리즈 /구민주 기자 [e-mail]

특히 웨인 레빈은 이 작업들의 가장 큰 영감을 동양의 두루마리 그림에서 얻었다고 했다. 그는 "두루마리 그림은 대부분 산과 구름을 묘사한다. 이를 깊이 명상하는 동안, 나의 시선과 의식은 계속해서 아름다운 풍경들과 구름의 하얀 공간 사이를, 물질과 에너지 사이를 이동한다"고 전했다. 작가의 말처럼 흑백 작품 속에 보이는 깎아질 듯한 산의 줄기와 희미한 구름, 그 사이로 가느다랗게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마치 절묘하게 그려낸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오랜시간 바닷속 풍경 담은 레빈·오스틴 '자연의 신비'
동양풍 두루마리 오마쥬… 해저 산맥·물방울 구름 촬영

닻미술관 기획전 '무경계' 전시 전경/구민주 기자 [e-mail]

브라이언 오스틴은 고래의 존재를 마주하는 강렬한 경험을 전달한다. 고래와 함께 수영할 수 있는 여러 장소에서 작가는 혹등고래, 밍크고래, 향유고래 등을 만났다. 누구나 걸음을 멈추고 오랫동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작품 'Minke Whale Composite One'은 실제 크기의 고래 사진이다. 작품 속 고래 이름은 '엘라'. 작가는 호주에서 엘라의 등지느러미가 물살을 가르는 것을 보았고, 5일 동안 매일 엘라를 만나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갔다. 엘라의 호기심과 신뢰감으로 작가는 몸 전체를 세밀하게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었는데, 푸르고 고요한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엘라는 따뜻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또 입부터 꼬리까지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작가가 가졌을 감정들을 공유해볼 수 있다. 비록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는 없지만, 상대를 바라봄으로써 내면세계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방법을 작가는 사진으로 보여준다.

이 밖에도 브라이언 오스틴이 만난 다양한 고래의 모습은 '감정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맥락은 광활한 우주와 깊고 굳게 연결돼 있다'는 작가의 말과 함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함께 전시실을 나와 위쪽으로 올라가면 '작가의 방'에서 웨인 레빈과 브라이언 오스틴의 예술적 여정을 담아낸 공간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지우고, 하나로 연결돼 있는 생명을 보다 자유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닻미술관 기획전 '무경계' 전시 연계 공간인 '웨인과 브라이언의 방' /구민주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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