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다문화 창간 관련 함박마을7
인천의 대표적인 다문화마을인 연수구 함박마을.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이주민의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와 자녀 교육
 

 

국내 고려인 절반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
전체 533개 초·중교 이주민 재학 511개교
국적·언어 문제 중고교·대학 진로 걸림돌
"포용성 확대·기존 국민개념 재정립을"


현행 한국의 이주민 정책은 외국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출입국 정책에 따른 체류 자격 심사 관점에서 이주민을 관리·통제한다. 최근 인천 연수구, 경기 안산시 등 이주민이 많은 지역의 시장·구청장이 정부에 이주민 제도 개선을 공동으로 건의할 정도로 지원 정책은 미비하다.

선주민 역시 이주민을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인식하기보다 잠시 머물다 떠날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로 바라본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명의 이주민을 만났는데, 이들이 바라는 건 선주민과 다를 게 없었다. 안정적 일자리를 얻고, 몸이 아플 때 적절하게 치료받고, 자녀가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절반 이상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다. 고려인 1~3세대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위탁 영농'으로 부를 축적했고, 자녀 교육에도 열의가 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부의 축적을 꿈꾸기는커녕 일자리를 얻기도 힘들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최마리아(연수구·40)씨는 "인천 남동산단이나 거리가 먼 서구, 김포지역 공장까지 일하러 다닌다"며 "공장에서는 외국인을 바쁜 시기 인력 수급용 아르바이트로만 고용하다 보니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수시로 구직 활동을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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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다문화·외국인 가구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인천지역 외국인 주민 중 취업자는 4만9천628명으로, 고용률 62.7%다. 직업별 외국인 주민 취업 현황을 보면 제조업 기반 기계 설비 조작, 조립, 단순 노무, 농림, 어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전체의 73.7%(3만6천588명)를 차지했다. 이주민 상당수는 비정규 고용 형태로 불안감이 크고 고용보험 등 제도권 내에서 지원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 표 참조

인천의 빠른 다문화 사회 진입 속도를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은 학교 교실이다. 최근 10년간 학령인구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이주민 자녀 수와 비율은 시종일관 증가하고 높아졌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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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기준 교실의 이주민 학생 수를 지역별로 보면 부평구(2천138명), 연수구(1천919명), 서구(1천846명), 남동구(1천679명), 미추홀구(1천342명) 순으로 많다. 인천지역 533개 초등·중등학교 중 이주민이 재학 중인 곳은 511개교(95.9%)에 이른다.

2023년 기준 48개 유치원·초등·중등학교에서 85개 한국어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문남초와 인천함박초는 각각 10개, 9개의 한국어 학급을 두고 이주민 아이들을 교육한다.

연수구 초등학교에서 3년째 통번역 강사로 활동 중인 한 학부모는 "언어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학업을 배우거나 친구 사귀기에 관심이 줄어 중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주민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수업 적응, 학업 지원에 필요한 특별반 개설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등 과정을 밟는 이주민 학생들은 '진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입을 모았다. 베트남 중도 입국 청소년 오민아(갈산중3)양은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면 좋을지,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상담받고 싶다"며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당을 다녔지만, 수학·영어 등 일반 교과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이 필요한데 일부라도 제도적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적 김안나스타시아(연수구·16)양은 "지난해 한국에 와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며 "멘토 역할을 해줄 전담 선생님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방적 이민정책 도입이나 귀화·영주권 제도 완화를 통해 선주민, 이주민의 양분화된 국적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1999년 한국에 입국해 청라국제도시에 거주하는 파키스탄 국적 김샤니(47)씨는 "소득 등 영주권 취득에 필요한 조건이 까다로운데 한국에 10년 넘게 산 이주민에겐 우선으로 귀화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주민은 성실히 일하고 세금을 내도 의료복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정부와 인천시가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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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일 인천 부평구청 대회의실에서 미얀마 카렌족 어린이 합창단이 '제9회 어울림이끌림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 앞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단법인 '어울림이끌림사회적협동조합' 주최로 열린 대회는 다문화가정, 이주민 학생들이 한국어, 부모 언어를 발표하고 상호 교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 "'멀티컬처'에서 '인터컬처'로 나아가야"

이주민 정책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일원으로 이주민이 활동할 통로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주민 민원을 충분히 수렴하고 선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이주민 정책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다문화(멀티컬처)에서 문화 간 상호작용(인터컬처)으로 전환되고,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 다양성 교육은 이주민이 한국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향하는데, 이 같은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문화가 융합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선주민과 이주민이 정기적으로 교류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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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양성 교육을 연구하는 닐 드림슨 한국뉴욕주립대 교수는 기초자치단체마다 있는 평생학습관, 다문화가족센터와 같은 공간을 선주민과 이주민이 교류하는 '베이스캠프'로 삼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 예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 수출단지 일대 주차 문제로 선주민과 이주민이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런 현안을 두고 선주민과 이주민이 서로 협의하고 대책을 만드는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통, 협력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닐 드림슨 교수는 보고 있다.

그는 "여러 문화가 만나 상호 발전을 가져오고 문화 간 갈등, 긴장 관계를 충분히 이해해 조정하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닐 드림슨 교수는 또 이주민의 한국 거주 기간, 세금 납부 이행 성실도 등을 새로운 평가 지표로 삼아 이들을 국민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민에 대한 포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국민에 대한 기존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언어 활용'을 통해 이주민의 '학습 결손'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현경 인천외국인종합지원센터장은 "한국에서 거주한 이주민 청소년이 미래에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여건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글로벌 사회에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능력을 키우는 것은 개인, 국가적 차원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손성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공동대표는 "프랑스는 이중언어 교육을 공식 이주민 교육 정책으로 채택해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했다. 단계별로 모국어, 자국어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며 "공교육 차원에서 이주민 학생을 위한 이중언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주기자·이상우·정선아수습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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