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883년 개항 이래 외국 문물의 국내 유입 통로이면서 국내외 각지 이주민이 섞여 살아온 인천은 국제도시로서 정체성을 쌓아왔다. 2000년대 이후 일자리와 국제결혼으로 인한 이주가 시작됐다.
고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온 난민과 해외 동포의 인천 이주가 본격화됐다. 또 이들 이주민의 자녀가 '중도 입국' 형식으로 인천에 오고 있다. 선주민, 이주민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화합하는 포용의 도시로 그 지형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인천의 시민 사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경인일보는 인천에 거주하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미얀마 등 여러 국적의 이주민 10여 명을 만났다. 이들로부터 정착 배경·유형, 거주지, 경제 활동, 지역사회 교류, 정책 수요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인천에 터전을 잡은 이주민이 얘기하는 지역 특성을 살펴보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2년연속 인원·비율 모두 상승 전국 유일
산단 주변·지하철역 인근 주거 집중 양상
부평 미얀마 거리·연수 할랄식당 특징적
이주민 초등생, 올해 작년보다 30% 증가
■ 눈에 띄는 지역 이주민 증가세
인천은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주민이 늘고 있는 도시다. 연수구 함박마을, 부평구 미얀마 거리, 중구 차이나타운 등 이미 형성된 거주지에 더해 일자리를 찾아 유입된 이주민들이 도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2021년 11월1일 기준) 자료를 보면 인천의 이주민 증가세는 뚜렷하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인천 총인구 중 이주민 비율은 3.6%(2017년)에서 시작해 매년 증가했고 2021년 4.6%를 기록했다. 인천시민 100명 중 4~5명은 외국에서 온 이주민이라는 뜻이다.
행안부가 집계하는 '외국인 주민'(이주민)은 국내 3개월 이상 거주하는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이주민 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 국적 동포, 귀화자, 이주민 자녀를 기준으로 한다. → 표 참조
인천은 전국 17개 시도 중 2년 연속(2020~2021년) 전년도 대비 이주민 수, 총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이 모두 늘어난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 기간 인천 이주민 수(비율)는 13만1천396명(4.5%), 13만4천714명(4.6%)을 기록했다.
행안부가 이주민 현황 발표를 시작한 2006년 이후 14년간 이주민 유입이 늘다가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주민 인구 증가세가 꺾였지만, 인천만 여전히 오름세다. 서울, 경기의 경우 2년간 이주민 수가 줄어들면서 총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도 연달아 꺾였다. 두 지역은 인천보다 이주민 수·비율 둘 다 높았던 곳이다.
■ 일자리 찾아 산단으로, 주거비 저렴한 전철 역세권으로…연수·부평은 이미 '다문화 사회'
인천의 이주민 주거 양상은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 주거 형태로 보면 다른 지역보다 월세가 저렴한 지역에 터를 잡은 이주민이 많고, 입지 측면에서는 직장이 가까운 산업단지 인근 또는 경인전철 1호선과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역사 주변에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특징은 인천 군·구별 이주민 통계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남동·부평·주안국가산업단지와 가깝고 경인전철 1호선과 인천지하철 1호선 역사가 인근에 있는 빌라촌에 이주민이 몰려 산다.
행안부가 집계한 인천 10개 군·구별 이주민 현황을 보면 부평구의 총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이 6.3%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연수구(5.7%)다. 총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 본다. 이밖에 중구(4.9%), 미추홀구(4.4%), 남동구(4.2%), 서구(4.1%) 순으로 이주민 비율이 높은데 이들 지역은 앞으로 4~5년 내 다문화 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 표 참조
인천 10개 군·구 중 이주민 수는 부평구가 3만1천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수구 2만2천838명, 서구 2만2천496명, 남동구 2만2천139명, 미추홀구 1만7천942명 순으로 집계됐다. 인천 이주민 총 13만4천714명 중 약 86%가 이 5개 지역에 거주한다.
■ 부평구는 미얀마, 연수구는 무슬림 … 다양한 주거 양상
부평구는 미얀마 이주민과 미얀마 카렌족 재정착 난민 등이 모여 살면서 '미얀마 거리'가 형성돼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추천으로 한국에 입국한 카렌족 재정착 난민이 국내에 처음 둥지를 튼 곳이 인천 부평구다.
최근 중국 이주민의 부평지역 이동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저금리에 넘치는 유동성으로 집값과 전세가가 급등하면서 경인전철 1호선 구로역, 신도림역, 영등포역에 살던 중국 이주민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부평역으로 이동한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이 지역 주민들은 파악하고 있다.
고려인 수가 선주민을 넘어선 연수구 함박마을에는 무슬림을 대상으로 할랄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 이슬람 아랍국가 외국인 주민이 자리를 잡으면서다.
지난해 12월에는 함박마을 주택가에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무슬림 예배당이 들어섰다. 고려인들도 이슬람 국가에서 왔지만 이들 대부분은 러시아 정교 소속이거나 믿는 종교가 없다. 이슬람권 이주민이 하나둘씩 터전을 잡으면서 동네 분위기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경인전철 1호선 역사를 중심으로 중국 국적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확대되는 것과 함께 인천 각지 구도심에서 이주민 증가세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인천 다문화가구, 이주민 정착을 지원하는 디아스포라연구소 박봉수 소장은 "인천은 이주민 국적별 거주지 특성이 비교적 뚜렷했는데 최근 (이주민) 인구가 많아지면서 문화, 생활 측면에서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주민은 물론 이주민 간에도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어떻게 마을을 변화시켜 나갈지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문화 공존 교육에 초점 맞춰야
인천 이주민 수와 그 비율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르면 4년 내 인천 전역이 '다문화 사회' 요건에 부합하는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문화 사회가 되면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필요하다. 인구 구조 변화에 지역 사회가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주민 지원 업무를 맡은 현장 관계자들은 "이주민이 지역 문화·생활을 이해하고, 선주민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교육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 지역 이주민 초등학생 수는 2021년 기준 지역 전체 초등생의 1.3%를 차지하는 2천22명이다. 이주민 초등학생 수는 전년(1천574명) 대비 30% 이상 늘어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등 교육을 받는 이주민도 늘어나는 추세다. 향후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활동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정책에 우선 초점을 둬야 한다.
이춘연 연수구가족센터 강사는 "이주민이 각기 다른 문화 형태를 배우는 것은 가정 환경, 교류 활동 등 생활 전반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한다"면서 "현재 한국의 이주민 교육 정책이 여성가족부를 포함해 여러 기관으로 분산된 탓에 정책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은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현주기자·이상우·정선아수습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