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이 굽이치는 삶 속에서 흘렀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생이란 수많은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뮤지컬 '벤허'가 올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세기 초반의 로마를 배경으로 한 '벤허'는 루 윌러스가 1880년 발표한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유다 벤허'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연출의 변화와 넘버의 추가로 극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는 창작진의 말처럼, 시각적인 화려함과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서사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1세기 로마 배경… 친구의 배신으로 노예가 된 '벤허'
바닷속 헤엄·군함난파 등 특수영상 무대 활용 돋보여
화려한 전차 경주 장면 · 앙상블 호흡 주목
무대 양 끝에 만들어진 돌계단부터 석상, 거대한 콜로세움은 물론 집과 노예시장, 무덤, 골고다 등 작품은 장면마다 로마 곳곳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특히 벤허가 탄 군함이 해적과의 전투 중에 난파되고, 바다에 빠진 사령관 퀸터스의 목숨을 구해주는 장면은 시각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 위 배에서 뛰어내린 벤허가 퀸터스를 구하기 위해 바닷속을 헤엄쳐 들어가는 모습이 홀로그램 속에서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구현됐는데, 실제 무대세트가 주는 현실감과 또 다른 차원의 현실감을 전하는 특수영상의 영리한 활용이 돋보였다.
극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안무는 그들의 계급과 지위, 상황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노예가 끌려가는 장면, 검투사 훈련을 받는 장면, 연희장에서 군무를 추는 장면을 포함해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잘 짜여진 동작들로 채워져 있었다.
모두 남자배우들로 구성된 '벤허'의 앙상블은 오랜 시간 연습을 해온 만큼 군더더기 없이 무대를 선보였다. 이들은 유대인과 로마군·해적과 로마군의 전투와 고통받는 노예의 처참한 삶 등 여러 역할을 소화해내며 서사에 탄탄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작품 속에서 크게 나타난 갈등의 요소는 벤허의 삶 그 자체이며,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친구 메셀라가 있다. 메셀라는 숱한 전쟁 속에서 살아남아 로마의 장교가 됐고, 유대의 귀족인 벤허를 배신하고 위협한다.
결국 결투를 벌이게 된 두 사람. 전차 경주 장면은 벤허와 메셀라의 갈등이 극에 달하는 장면이자, 이 작품의 주요 장면이기도 하다.
8마리의 달리는 말과 전차를 재현해 놓은 세트는 압도적이고, 거대한 전차에 탄 벤허와 메셀라가 몸싸움을 하며 부르는 넘버는 긴장감을 더했다.
극 전반에 걸쳐 벤허와 메셀라가 격렬한 전투를 벌이면서도 흔들림 없이 고음을 넘나드는 난도 높은 넘버를 소화해내는 것을 보며,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배우들의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느끼게 한다.
벤허가 가지고 있는 긴 서사가 압축적이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오도록 대사를 줄이고 송스루 형태를 버무리기도 했는데,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뛰어넘는 과정들에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벤허가 끝내 전하는 깊고도 나지막한 용서와 구원의 메시지는 이 극을 보는 이들에게 묵직하게 다가올 듯하다.
뮤지컬 '벤허'는 11월 19일까지 LG 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