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뒤편엔 연면적 3천여㎡ 규모의 커다란 물류센터가 있다. 수많은 인파로 시끌벅적한 수원역과는 달리 이곳은 물건을 배달하는 화물차와 장을 보러온 손님들만 조용히 오갈 뿐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사세 확장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동네 슈퍼마켓을 위해 설립된 수원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이하 수원도매물류센터)다.
경기남부 슈퍼마켓 도매 물류의 중심지인 이곳을 총괄 운영하는 곳은 '경기남부수퍼마켓협동조합'이다. 센터의 관할구역은 수원, 화성, 오산, 용인, 평택, 안성으로 40여 명의 직원들이 오늘도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
경기남부수퍼마켓협동조합의 수장인 홍종민 이사장은 원래 '삼성맨'이었다. AV사업부에서 캠코더 품질 관리와 교육을 11년간 담당했다. 하지만 가정사로 인해 몸담았던 회사를 어쩔 수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
홍 이사장은 1997년 4월 가족이 운영하던 슈퍼마켓을 이어받았다. 갑작스럽게 자영업자가 된 그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운영 노하우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저도 인생의 변곡점이 있었지만 다양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직장 생활을 할 땐 미처 듣지 못했던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수원도매물류센터 활성화에 최선
정부·지자체 안정 운영 지원 바람
우범지대 순찰 등 오랜 봉사활동도
20년 넘게 슈퍼마켓을 운영해 오면서 흥망성쇠를 함께 했다. 홍 이사장은 지역 주민들의 소비 거점인 슈퍼마켓을 지키고 싶었다. 지난해 이사장이 된 후 영세 상인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발로 뛰는 이유다. 그 중에서도 수원도매물류센터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수원도매물류센터는 지난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2물류센터를 증축했고, 신선식품과 각종 생활용품 등 1만6천여개의 품목을 팔고 있다.
어려움도 여전하다. 조합원 수는 520여 명에 불과하고 모든 상품의 수수료가 최대 2%로 저렴해, 수익은 적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물류센터 운영비 등이 그의 과제다.
홍 이사장은 "전국에서 슈퍼마켓을 위한 도매물류센터 중 우리 센터처럼 품목이 많은 곳은 없을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 곳에서 모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면서 "상인들이 많이 이용할수록 경기남부 도민들이 슈퍼마켓을 더 많이 찾게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도 힘을 쏟아붓고 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한 때부터 우범지대 순찰 등 봉사활동을 해온 그는 지금도 계속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감사패와 경기남부경찰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