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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감학원의 비밀 오혜원(글)·신진호(그림) 지음. 보랏빛소어린이 펴냄. 164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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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그늘 속에 숨겨졌던 '선감학원'의 이야기가 동화로 나왔다.

안산시 선감도에 세워져 1941년부터 1982년까지 운영된 선감학원은 노동착취 등 아동학대의 현장이었다. 섬 안에 숨어있던 선감학원의 이야기(경인일보 2022년 12월 20일자 1면 등 선감학원 특별기획 연속보도)는 목격자들의 용기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피해자들에게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을 통해 정부와 경기도 모두의 책임이었다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나아진 점이라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사과와 경기도의 피해자 지원금일 뿐.

'선감학원의 비밀'의 저자 오혜원 작가는 선감학원 생존자를 인터뷰해 이야기를 재구성해 과거사가 아닌 현재까지 살아 숨 쉬는 역사로 내놓았다.

피해자 인터뷰 재구성… 동화로 엮어
아픈 과거사 어린 독자도 읽기 쉽게
교과목 연계… 교육적 의미 뜻 깊어

책은 선감학원 피해자의 손녀, 시은이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 그 안에서 할아버지의 시점으로 선감학원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역사적 사실인 선감학원의 이야기와 동화 속 창작된 이야기가 교차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의 감정을 이입시키지만, 동시에 가슴 아픈 사연들을 무겁거나 공포스럽지 않게 풀어내 어린 독자들에게 안타까운 역사를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어낸다.

또 일상의 소중함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담아온 신진호 작가의 따뜻한 그림이 어우러져 극적이고 강렬한 내용의 이야기를 부드러우면서도 처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면으로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인권 존중과 정의로운 사회(5학년 1학기 사회)',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오늘날의 우리(6학년 1학기 사회)' 등 5~6학년 초등교과와 연계돼있어 교육적으로 의미가 깊다.

저자는 동화를 통해 '아픔은 덮어 주어야 할 흑역사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삶을 굳건히 꾸려온 용기의 역사'라고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오혜원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선감학원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더 많은 친구들이 선감학원 이야기를 알게 되면, 할아버지와 세상을 떠난 소년들은 선감학원이라는 아픈 기억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이 글을 쓰고 싶었던 까닭이기도 합니다"라고 밝혔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