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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옛 신문속 명절]

1983년 '1년의 無故함 조상께 감사' 전통음식·차례상 차리는 법 소개
1993년 특집 '고향가는 길' 지도·정비소 수록… '내비' 없던 당시 유용
1997년 IMF 사태에 불황 '내려온 김에 눌러 앉을까' 무거운 발걸음도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엔데믹 후 처음 맞는 추석인 데다, 공휴일이 겹친 황금연휴가 되면서 기대감도 크다. 코로나19의 전례 없는 팬데믹을 겪은 지난 3년간 우리네 추석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지만, 그래도 추석은 여전히 가족의 정을 만끽하는 소중한 명절이기 때문이다.

특히 길어진 추석연휴 덕에 고향을 찾는 가족들이 많아지면서 기차표를 미리 예매하려는 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역 앞에 길게 줄 서서 표를 사야했던 예전의 모습과 달리, 최근엔 100% 온라인 예매로 기차표를 살 수 있게 됐다.

[경인포토 그때 그 시절]고향가는 임시 매표소
1980년 수원역 임시 매표소.

이번 추석을 앞두고 이미 '클릭전쟁'이 벌어졌고 아쉽게 예매에 실패한 이들은 KTX 홈페이지에 들어가 취소표 구하기에 발을 동동 굴렀다. 심지어 중고거래 플랫폼엔 '웃돈'을 얹어 추석 기간 지방을 오가는 기차표를 판매한다는 글들이 올라오자 철도공사 등에서 단속 강화를 외치고 있다.

당연히 암표를 판매하거나 구입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고향으로 가려는 분주한 움직임들은 다시 돌아온 우리의 명절을 실감케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상저온 탓으로 아직 추수를 마치지 못한 농가가 많은 우리 마을에서도 추석을 맞이하는 설렘은 예년이나 다름없다 ".

193년928일
1993년 9월 28일자.

1993년 9월 28일자 경인일보는 시리즈물인 '낙향일기'를 통해 1990년대 추석을 맞은 수도권 농촌 지역의 풍경을 그렸다.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모두 서울로 보낸 윤씨네 집에서는 추석 때만 되면 큰 잔치를 치르는 집처럼 부산스러워진다. 며칠 일찍 내려온 큰 딸이 장만해온 찬거리들과 밭에서 거두어들인 채소와 나물, 생선과 고기 등을 10여명이 훨씬 넘는 대식구들의 식사와 차례준비로 떠들썩하다. 큰 아들과 둘째가 추석 전날 내려오고 손자손녀들과 어울리다보면 정말 사람사는 집처럼 느껴진다. 이제 노인이 다 된 윤씨 내외에게는 일년에 두세번 모이는 이런 명절날이 너무 아쉽기만 하다."

자료 지면1
1983년 9월20일자.

추석을 맞은 경인일보는 매년 추석 특집판을 편성해 그 시절 추석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1983년 9월 20일자 '한가위'라는 제목으로 '1년의 무고함 조상께 감사'라는 부제가 달렸다. 추석은 한해 농사를 수확하는 때인 만큼 먹을거리가 풍성한데, 이때 특별판에는 전통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을 상세하게 실었다.

송이산적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며 "대꼬치에 고기, 송이, 실파를 번갈아 끼워 참기름에 살짝 지지거나 석쇠에 굽는다. 송이는 오래 구우면 향이 날아가며 진한 양념을 하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송편을 두고는 "쪄낸 떡을 냉수에 담가 솔잎을 다떼고 참기름을 발라 놓는다. 오래두고 먹을 것은 솔잎을 붙인 채로 둬야 상하지 않는다"고 훈수를 뒀다.

1993년 수원터미널
1993년 수원터미널 귀향 인파.

1993년 9월 28일자 '한가위 특집'에는 추석에 즐기면 좋은 전통 놀이를 소개했고 '고향가는 길 고속도는 고통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고속도로와 연결된 국·지방도 지도를 크게 그려 전국 도로 이용가이드를 제공했다. '고속도로 정비서비스 연락처'로 지역별 자동차 정비센터를 알려줬고, 추석연휴동안 고속도로 진입통제 구간도 상세하게 설명해뒀다.

지금 같으면 온라인 검색으로,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1분 만에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도로 위에 걸린 이정표를 보고 혹은 큰 지도책을 펴고 운전해야 했던 그때 그 시절에는 정말이지 '유익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귀성객
1969년 추석 귀향 전쟁.

차분한 추석도 있었다. 1983년 9월 22일자에는 '차분했던 추석'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추석을 가족과 함께 검소하게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며 보내자는 당국의 계몽이 주효한 듯 도내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도 사회단체의 흐뭇한 온정이 흘렀다." 사상 유례없는 대풍년 속에서도 검소하고 차분하게 추석을 보낼 수밖에 없는 데는 앞서 발생한 비극적 사고 때문이다.

해당 기사 옆에는 '비극의 현장 또 눈물로 얼룩' 기사가 실렸는데, 같은 해 9월 1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김포국제공항으로 비행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방공군의 요격기에 격추당해 추락해 사상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추석을 함께 지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모네론도 앞바다까지 달려온 KAL기 탑승 한국인 유가족들은 21일 또 오열을 터뜨렸다. 가족과 함께 가장 즐겁게 지내야 할 명절에 사랑하는 부모·남편·자식이 바다속 어느 곳에선가 홀로 잠들고 있다는 서러움과 원망에 유족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자료 지면
1997년 9월 18일자.

1997년 9월18일자 사회면에는 IMF 불황 속에 맞은 추석의 풍경이 그려졌다. '샐러리맨 무거운 귀경 발걸음' 기사는 직장인, 자영업자 등이 느끼는 불황의 그림자를 세세하게 풀어냈다.

"인천 남동공단의 화공업체에서 영업부 차장으로 근무하는 OOO씨는 고향인 전북 완주에 내려온 김에 아예 눌러 앉을까 생각하다 17일 오후 늦게야 귀경길에 올랐다. 자동차용 약품을 만드는 회사는 기아부도 여파에다 해외수출부진까지 겹쳐 지난 7월부터 최악의 자금난에 빠졌다. 추석 보너스는 고사하고 월급마저 제때 받지 못했지만 우리 회사는 걱정 없다고 큰소리를 쳤던 O씨는 앞으로가 걱정스러워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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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선물도 시대따라…]

추억의 '종합선물세트'… 김영란법 이후엔 실속, 요즘 대세 모바일쿠폰


"밀가루에서 스마트폰 쿠폰까지…명절 선물 변천사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가장 고심 깊게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명절 선물 고르기다. 그동안의 고마움을 선물에 담아 표현해야 하기에, 고민이 더 깊어진다.

명절 선물도 트렌드가 있다. 물가 등 그 시대의 경제상황은 물론 사회적 분위기까지도 명절 선물 고르기에 반영된다. 특히 '과대 포장'으로 상징되던 명절 선물은 최근 들어 선물이 '모바일'로 대거 이동되면서, 간소화된 것이 특징이다.

■ 과거에는 어떤 선물이


=한국전쟁 이후 먹고 사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던 1950~1960년대에는 쌀이나 계란 등이 귀한 선물로 대접받았다. 60년대 들어서는 '정제'를 거친 일명 공장용 제품들이 각광을 받았는데 설탕, 밀가루, 조미료(미원) 같은 일명 '백색 가루'가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다.

명절의 대표 선물인 '종합선물세트'는 1970년대에 등장했다. 과자나 커피가 선물세트로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조미료 세트도 빠질 수 없는 선물세트중 하나였다. 1980년대는 경제성장의 여파로 선물이 고급화됐다. 명절 선물의 대명사인 참치캔이나 가공햄 선물세트도 이때 첫선을 보였다.

1990년대에는 상품권이 등장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금액에 맞춰 상품을 고를 수 있는 획기적 선물이 됐다. IMF 이후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비누나 치약 등 저렴한 선물이 다시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배송 등이 발달되면서 특산품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옥돔이나 전복 등 수산물 세트, 사과·배 등 과일세트는 물론 토종꿀, 인삼, 잣 등 다양한 분야로 명절 선물 시장이 확대됐다. 수입 과일은 물론 홍삼은 어르신 선물 1순위로 꼽혔다.

■ 취향에 맞는 선물이 가능한 시대


=명절 선물에도 시련이 왔다.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명절선물 시장이 5만원 대 이하로 재편되면서 실속 위주 상품들이 주를 이뤘다. 다만 이 규제도 최근 완화돼 농수산식품 위주로 다시 고급화되는 분위기다.

올 추석에는 특히 '금값'이 된 사과가 귀한 대접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물량이 줄어든 데다, 특상품 수준의 사과는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기쁜 선물이 됐다. '카톡' 등 모바일을 통해 선물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고민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받는 사람의 취향도 알 수 있고. 가격·연령·성별 등에 따른 추천이 도움이 된다. 커피 쿠폰 등은 이제 명절 등을 따지지 않고 선물 시장에 최강자로 자리 잡았다.

/공지영·김태성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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