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외곽을 따라 걷다 보면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 문화, 생태와 만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누리길, 엄마의 바닷길로 불리는 경기 갯길, 흐르는 강물 같은 경기 물길, 청명함으로 물든 경기 숲길까지. 김포 대명항에서 시작한 길은 4개 권역의 15개 지역, 60개 코스에 860㎞를 걸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 바로 '경기둘레길'이다.
경기둘레길은 경기도와 15개 시군이 협력해 기존 길을 구슬처럼 꿰어 하나의 걷기 길로 만든 코스다. 경기둘레길에 서면 도로 위에서 차로 달릴 때 보이지 않던 경기도의 속살이 펼쳐진다. 연중 가장 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 경기도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경기둘레길로 떠나보자. → 지도 참조·편집자 주

■ '성스러움과 자연이 함께한' 경기둘레길 안성39코스
=광천마을 정류장에서 출발한 걸음은 안성 죽산성지에 닿았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 사이 한줄기 햇빛이 팔을 벌린 예수상 위로 내리쬈다. 도로에서 고작 10분 남짓 들어왔을 뿐인데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경기둘레길 39코스에서 만나는 죽산성지는 고요한 성스러움이 가득했다. 바닥에 표시된 경기둘레길 표시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1866년 병인박해에 천주교 신자가 순교한 죽산성지는 경기둘레길과 경기옛길이 교차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양과 지방을 잇는 주요 6개 도로망 중 영남로가 바로 이곳 죽산성지를 지나며 경기둘레길과 만난다.

죽산성지 둘레길에는 "오랑캐들이 진을 쳤던 곳이라해서 '이진터'로 불렸던 이 지역은 병인박해 때 거기로 끌려가면 죽은 사람이니 잊으라하여 잊은터가 됐다"는 경기옛길 설명 푯말이 보였다.
15개 시·군 협력 기존길 구슬처럼 꿰어
대명항서 60개 코스 860㎞ 경기 한바퀴
야트막한 돌담으로 얼마쯤 걸었을까. 죽산성지와 어깨를 마주한 종배마을로 길이 이어졌다. 사람 두엇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다란 길로 트랙터가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길 주변엔 팔뚝만한 호박이며 주렁주렁 고추도 매달려 있다. 전봇대에 묶인 연두색 빨간색 '경기둘레길' 리본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안심시켜줬다.
고즈넉한 시골마을을 지나면 추수를 앞둔 알곡이 둘레길 순례자들을 맞는다. 황금빛 들판의 벼는 잦은 가을비와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누웠지만 알찬 알곡을 바닥에 떨어뜨리진 않았다. 시점에서 4.5㎞. 산은 보이지 않고 오직 들판과 하늘로 가득한 길을 따라 13.5㎞ 남은 둘레길로 걸음을 재촉한다.

■ 안성·포천 둘레길을 만나자
=오는 6·7·8일 죽산성지 코스를 포함해 안성 둘레길을 걸을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6·7일 양일엔 안성 수덕원, 8일엔 죽산성지에 모여 함께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길이 소개하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간직한 문화를 만끽하며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천주교 순교지·돌담길·논밭 등 정취
6~7일 수덕원·21일 포천 14코스 행사
지난 2021년 11월 경기둘레길 개통 후 많은 사람들이 걸었지만, 함께 길을 나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을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이번 행사의 특징이다. 안성에 이어 21일엔 포천에서 둘레길 행사가 펼쳐진다. 포천 14코스를 걷게 되는데 한탄강 다목적광장에서 출발한다.
경기둘레길은 '함께걸어 하나되는 길'을 지향한다. 사색 속에 혼자 길을 걸어도 좋지만, 경기도와 시군이 힘을 합쳐 조성한 경기둘레길처럼 함께 걸을 때 보다 깊이 경기도의 속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위 기획보도는 경기관광공사로부터 기획 및 취재 활동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