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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 아는 동물의 죽음┃E.B.바텔스 지음. 김아림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296쪽. 1만8천원


아는 동물의 죽음
어렸을 때 학교 앞에서 팔던 작은 병아리를 산 적이 있다. 어떤 이들은 그 병아리를 잘 키워 닭으로 성장시키던데, 이 작은 생명은 그렇게 오래 살아내질 못했다. 집 뒤편에 잘 묻어주고 난 며칠은 꿈속에서 병아리가 나타났다. 생명을 책임지고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때 어렴풋이 느낀듯하다.

최근에는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판다 '푸바오'가 머지않아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몹시 아쉬워했고, 키우던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직간접적으로 만났다.

분명한 이별이란 끝이 있는 이러한 만남에서 신간 '아는 동물의 죽음'은 질문을 던졌다. "인간은 왜 결국 죽을 걸 알면서도 동물을 기르고 사랑을 주는 걸까?"

키운다는 것은 모두 이별이 있는 만남
상실의 슬픔도 겪은 경험 나눌 때 도움
수백년 종교·전통 등 애도의 방식 모색


논픽션 작가인 E.B.바텔스의 인생은 케언테리어인 거스와 그웬, 글로스터 카나리아 키키, 베타 완다, 아프리카거북 아리스토텔레스를 포함해 수많은 반려동물과 함께 해왔다. '사랑하는 나의 동물'이 생긴다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헤어짐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이별의 두려움,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풍성한 삶을 만들어 주는 일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느끼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 앞에서 이를 겪어본 사람과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책은 동물 애호가인 저자 자신의 경험과 함께 이별의 역사를 되짚으며 수많은 반려동물과 그 보호자들을 만나 최대한 다양한 애도의 방식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주제를 취재하며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과 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려는 인식이 지난 수백 년간 이어져 왔음을 알게 된다.

여러 종교와 전통의 지혜가 담긴 장례 의식, 다른 동물 애호가들이 저자에게 털어놓는 사례들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내미는 따스한 손길이다. 저자는 죽음의 모든 과정을 정확히 보여주는 '이성'과 동물을 향한 지극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호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감성'을 세심하게 엮어내며 최선의 애도를 찾고자 했다.

결국 반려동물을 애도하는 데 정해진 최선의 과정은 없다. 그저 가능한 한 오랜 시간 함께하며 사랑을 줄 방법을 찾으려 애쓸 뿐이다. 그리고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 경의 고전적인 경구에서 그 이유를 찾아본다. "사랑하고 잃는 것이 아예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