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이마트 중동점 부지를 초고층 건물로 짓는 대규모 민간개발사업이 결국 좌초됐다.

부동산 경제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으로 시행사가 잔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해지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이마트 중동점 부지 매각을 추진해 온 신세계그룹은 8일 "최근 중동점 매각 계약에 대해서 (우선협상자 자격을 확보한 부동산 디벨로퍼 'RBDK' 측에) 해지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침체·PF 위축 '악재'
시행사 잔금 마련못해 해지 절차

앞서 RBDK는 지난해 3월 이마트 중동점 입찰에서 인수금액 3천811억원을 써내 우선협상자 자격을 확보했다. RBDK는 이곳에 부천의 랜드마크가 될 지하 5층, 지상 66층 규모의 초고층 복합시설을 건립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자금 마련에 발목을 잡혔다. 계약금 명목으로 380여억원을 지급했지만, 이후 부동산 경제 침체 속에 3천500억원대에 이르는 잔금 마련에 실패하면서 잔금 지급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RBDK는 지난해 9월 예정됐던 잔금을 납입하지 못해 올해 6월 말로 납입일을 연기한 상태였다. 그러나 6월 말에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2차 연기를 신세계 측에 요청하고 관련 협의를 이어왔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양측 간에) 논의돼 온 내용은 있었지만, 현재 시점의 상황은 이렇다"면서 "앞으로의 절차는 계약서 조항에 맞춰 진행될 것이며, (재입찰 가능성 등) 추후 계획도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 "재입찰 계획 아직 없어"
지역 건설 시장 얼어붙을라 우려

이 가운데 지역 건설업계는 이번 개발사업 무산이 지역 건설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진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오정 군부대이전사업과 종합운동장역세권개발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른자위' 개발로 주목을 받아온 이마트 중동점 개발마저 무산돼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힘든데, 기대를 모았던 대규모 사업들마저 속절없이 주저앉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역 건설업계는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역 건설업계의 우려에 공감한다"면서 "각종 민간개발사업에 대한 진행 상황을 주시하며, 후속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