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흘러 역사로 남겨진 순간들이 있다. 그 역사 속 시대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 아주 다르다고 할 수 없기에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기억에 새겨지고 남겨진다. 한반도를 두고 벌어진 청과 일본의 싸움, 내부 분열, 외세에 휘둘리다 결국 나라를 빼앗기는 상황까지 혼란 속의 조선을 묵직하게 다뤄낸 작품 '곤 투모로우'는 그런 면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곤 투모로우'는 1884년 갑신정변이라는 근대 개혁운동을 일으켰으나 3일 만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피신한 김옥균 암살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개화파인 김옥균은 청나라로부터 자주권을 확립하고 독립국으로서의 위상을 찾으려 했는데, 청과의 전쟁까지도 불사한 이들 뒤에 있었던 일본이 한발 물러서면서 개혁은 실패로 끝났다. 이후 1886년 고종에게 보낸 편지에서 김옥균은 청국과 일본 모두 신용할 수 없는 나라로 조선은 이들을 결코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그는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대역 죄인이었다.
'곤 투모로우'는 1884년 갑신정변이라는 근대 개혁운동을 일으켰으나 3일 만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피신한 김옥균 암살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개화파인 김옥균은 청나라로부터 자주권을 확립하고 독립국으로서의 위상을 찾으려 했는데, 청과의 전쟁까지도 불사한 이들 뒤에 있었던 일본이 한발 물러서면서 개혁은 실패로 끝났다. 이후 1886년 고종에게 보낸 편지에서 김옥균은 청국과 일본 모두 신용할 수 없는 나라로 조선은 이들을 결코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그는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대역 죄인이었다.
갑신정변 일으킨 김옥균 암살 주제로
김옥균·한정훈 등 실존·가상 인물 섞여
화려한 무대연출 눈길… 아쉬운 음향

극은 이런 김옥균과 힘없는 나라에서 자신의 의지마저 빼앗긴 왕 고종, 암살자인 한정훈 등 세 인물이 얽히고설켜 비운의 시대에 겪어야 했던 아픔을 표현한다. 이 중에서 한정훈이란 역할은 재연 때 새롭게 만들어졌다. 실제 김옥균을 암살한 것으로 알려진 이는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로, 극에서는 한정훈이 홍종우의 이름을 빌려 김옥균에게 접근한다. 김옥균과 홍종우는 그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서 홍종우란 실존 인물을 한발 물러나게끔 하고 가상의 인물로 비워진 서사를 채워 결말까지 이끌고 갈 동기를 만든 부분은 극을 좀 더 탄탄하게 느껴지게 한다.
방법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나라를 생각하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루고자 했던 더 나은 길, 그것에 대한 진심과 깊은 고뇌는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일주일간 정훈과 바둑을 두는 옥균과 그 사이에 피어나는 긴장감, 청으로 향한 배에서 두 사람이 나눈 속마음 등 세밀한 내면의 표현과 함께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더한 액션 장면과 플래시백, 하얀 천으로 표현된 김옥균의 능지처참 등의 무대 연출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몰입도를 높였다. 또 시대 상황을 녹여낸 넘버는 희망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의 처절한 심정으로 다가오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만 극과는 별개로 대사와 가사가 정확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였던 극장의 음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품의 메시지는 시대가 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가치에 있다. 당시 개혁과 자유, 자주적 국가로 가는 길에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그럼에도 맞닥뜨린 한일합병의 비극적 상황은 암흑의 시대를 살아가게 했다. 하지만 나라와 국민을 향한 굳건한 신념을 지닌 이들의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었다.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고 또 내일이 있듯, 그들이 남긴 작은 불씨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며 결코 꺼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오는 22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