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루쌀은 단연 올해 농업계와 제과·제빵업계에 떠오른 샛별이다. 쌀을 빻아 가루를 낸 '쌀가루'와는 다르다. 벼 품종 중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특징을 가진 새로운 품종이다. 쌀 소비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벼 생산량 감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정부는 대안으로 가루쌀 재배를 촉진하고 있다.
생산 측면에선 품종은 다르지만 같은 벼이기 때문에 밀이나 콩 같은 아예 다른 작물을 심을 때보다는 재배가 비교적 용이하고, 소비 측면에서도 쌀밥 대신 면과 빵을 많이 먹는 트렌드를 고려하면 밀가루 대신 쓸 수 있는 가루쌀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가루쌀로 만든 제과·제빵 제품들이 호응을 얻으면서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최고의 명품 쌀 산지인 경기도에선 아직 가루쌀 재배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년엔 도내 일부 지역에서 시범 재배가 본격 추진될 예정이지만 활성화까진 지켜봐야한다는 게 지역 농업계의 관측이다. 경기도에서 가루쌀은 쌀 소비 축소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바로미2' 올해 첫 공공매입 시작
道 이모작 쉽지 않고 수매가 높아
"섣불리 시도 못해, 수요 높아져야"
1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달 중 가루쌀 수확이 본격화된다. 정부에선 처음으로 공공 매입에 나선다. 대부분 바로미2 품종이다. 조생종 벼이지만 특성은 밥쌀보다는 밀가루에 가깝다. 올해 정부의 가루쌀 매입 대상 지역은 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지역 30곳이다.
경기도는 대상에 없다. 전문 생산단지 육성을 위해 올해 38곳을 지원한 정부는 내년엔 이 같은 생산단지를 10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100여곳 중 경기도는 화성·평택·양평 3곳에서만 추진한다. 모두 영농조합법인에서 시범적으로 재배에 도전하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가루쌀 재배 움직임이 비교적 저조한 것은 경기도의 기후 특성 등이 한 몫을 한다는 게 지역 농가 설명이다. 바로미2는 모내기 후 3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한 조생종이다. 이 때문에 6~7월에 육묘와 이앙(모내기) 작업을 하고 10월께 수확한다.
기존에 밥쌀용 벼를 재배하던 농가가 가루쌀 재배로 대체하려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겨울엔 밀을, 여름엔 가루쌀을 재배하는 이모작을 실시하는 게 권장된다. 하지만 경기도는 남부지방에 비해 봄이 늦게 오고 가을이 빨리 오기 때문에 원활한 이모작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경기도가 다른 지역보다 벼 수매 가격이 높은 점도, 벼 농가에서 기존에 재배하던 벼를 포기한 채 가루쌀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역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내 벼 농가에서 아직까진 선뜻 도전하지 않고 있다. 시기상조로 보는 것 같다"며 "행정기관에서도 추진을 독려하고 있지만 시큰둥하다. 농가 입장에서도 섣불리 시도했다가 자칫 한 해 농사를 모두 망칠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 안착하면 그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루쌀 소비가 활성화되면 아직까진 가루쌀 '불모지'에 가까운 경기도 농토에서도 가루쌀이 활발히 재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농업 관련 기관과 지역 농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내년 화성·평택·양평 등에서의 시범 재배 성패 여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역 농업계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올해 양평 등에서 일부 시범적으로 재배하긴 했다. 아직까진 '시험해보는 정도'로, 벼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모작을 하지 않고도 벼를 재배하는 것만큼 수익을 낼 수 있으려면 그만큼 가루쌀 수요가 높아져야 한다. 시장에서의 호응, 유통 활성화가 결국 경기도에서 가루쌀이 벼를 대체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쌀소비 축소 대안 '가루쌀' 관건은 소비)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