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대학교 배선영 제11대 총장은 지난달 취임식을 갖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여주대학교를 명문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배 신임 총장을 통해 지방대학의 생존·발전을 위한 여주대의 전략을 들여다본다. → 편집자 주
배선영 총장 취임 후 교직원·학생대표 만남
건물 노후화 따른 개보수 공사 시급성 판단
재단 이사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지원 약속
학교부지 '아파트시행사업' 지방대 새 생존법
평생교육·축제행사 등 시민들과 역할도 강화
유학생 국내 정착·국방까지 이바지 애정 줄것

■ 현장에 답이 있다 … 재단이사장과 SM그룹의 든든한 지원
배 총장은 지난 8월1일 근무를 시작한 이래 '현장에 답이 있다'란 신념으로 학교 현장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그는 첫날 가장 먼저 대학 내 환경미화원, 경비원, 그리고 교내식당 근로자들을 만났다. 가장 소외된 분들부터 만나고 며칠 후 사비로 점심을 대접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후 수일에 걸쳐 교직원들과 학생대표들을 일일이 직접 만나 치킨 맥주도 함께 먹으며 애로사항과 건의사항들을 청취했다.
배 총장은 이 과정에서 강의동, 기숙사, 체육관 등 여러 건물이 노후화돼 안전이나 편의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파악했고 이들 건물에 대한 개보수 공사가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재정형편이 취약해진 현재의 여주대가 자체예산으로 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이에 여주대 재단 이사장인 우오현 SM그룹 회장에게 바로 SOS(도움)를 청했다. 그러자 우 이사장은 총 수십억원이 소요될 개보수공사에 대해 SM그룹 계열건설사들이 기부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관련 배 총장은 우 이사장에 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우 이사장은 청년 시절부터 고(故) 유일한 박사를 존경해 왔다. 이병철, 정주영 같은 우리나라 1세대 기업인들의 경영이념은 대체로 '사업보국'(事業輔國, 사업으로 나라를 돕는다)이었다. 반면, 1927년에 유한양행을 창업한 고 유일한 박사는 '사업보국'에 더해 '기업이윤의 사회환원'도 경영이념으로 삼았고, 1965년에 장학 및 교육지원재단인 유한재단을 설립해 많은 재산을 출연했다.
이 같은 고 유일한 박사의 이념에 뜻을 같이하는 우 이사장도 현재까지 장학금과 학교운영비로 총 32억원을 여주대에 지원했고, 내년도 신입생들에게도 총 1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여주시민과도 함께하는 여주대학교' 구상에 호응해 여주시민의 날 행사와 관련해 약 4천2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시체육회에 기부했다.
배 총장은 "우 이사장과 SM그룹의 든든한 지원이 자신의 구상이 실현되는 것을 앞당겨 줄 수 있다"며 "총장인 저를 비롯한 여주대 교직원들은 학생 여러분들이 실용지식을 제대로 익혀 졸업 후 본인의 역량과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취업이나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개발(開發)시키고 또 여러분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계발(啓發)시키는 것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 이 방향으로 열성을 기울인다면 기적도 일어날 것이다. 우리 여주대 출신 중에서 제2의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이해진, 김범수, BTS, 블랙핑크, 손흥민, 류현진, 백종원 등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고 역설했다.

■ 재정 확보, 지역공동체대학, 외국인 유학생 유치
여주대의 생존·발전 전략에 대해 우선 아파트시행사업이 가장 효과적인 대학 재정 자립 전략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배 총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여주대의 넓은 학교 부지 중 일부를 떼어 내 아파트 시행사업을 하고 그 사업부지의 땅값과 개발 이익분이 포함돼 발생할 큰 금액의 분양수익금 중 일부를 시에 기부하고 나머지를 학교재단 기금으로 적립한 뒤 그 재원으로 학생들에게 풍족한 장학금을 지급하는 한편 교직원들의 급여도 서울의 명문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구상은 우리나라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단체장 허가, 교육부 장관 승인, 교육감 동의(초·중·고교가 부지에 인접한 경우), 광역단체장 최종허가 등의 행정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다수 지방대 생존 전략의 전형이 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더불어 여주대는 시민과 함께하는 '지역공동체대학'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여주대는 시가 위탁해 주거나 학교 자체에서 기획한 시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이나 행복증진 프로그램을 더욱 충실히 운영할 예정이다. 또 시민들에게 쾌적한 산책 공간과 쉼터뿐만 아니라 축제행사 등의 관람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 지역 기업들에게 젊은 인력을 공급하는 통로가 되는 기능도 더 활성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여주대의 외국인 유학생은 현재 베트남과 중국에서 온 20여 명 정도이지만 2024학년도부터는 국가를 다변화하며 그 인원을 크게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배 총장은 "재정이 극도로 취약한 일부 지방대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돈으로만 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여주대는 그들 중 한국에 정착하려는 의지를 갖춘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고 때로는 국방에까지도 이바지할 수 있는 애국심 강한 한국인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총장의 이 같은 원대하면서도 자상한 교육관이 여주대의 '명문대 도약'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