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252쪽. 1만6천800원

전작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에서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를 이야기한 저자는 이번 신작에서 우리가 하루하루 정신없이 분주하게 보내며 삶 전반이 권태롭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무기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바이러스보다는 무기력이요, 질병의 위험보다는 죽음과도 같은 권태다"라고 덧붙였다.
'고립·진짜 경험의 부재' 現 무기력 진단
책은 지금 시대의 무기력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읽는데, 바로 '고립'과 '진짜 경험의 부재'이다. 저자는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벌써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진단하며, 무기력과 권태를 떨쳐내기 위해 '생의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러한 '생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눈여겨봐야 할 15가지 단서로 사생활·잠·슬리퍼·여행·스마트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소설가이면서 철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우리가 품고 있는 불안과 무기력, 권태 등을 오늘날의 특수한 문제로 한정하지 않는다. 시대의 지성답게 철학과 역사, 예술과 같은 광범위한 사유의 바다에서 그가 꺼낸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에 대한 논의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의 격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게 한다.
■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아난요 바타차리야 지음. 박병철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576쪽. 2만9천원

20세기 과학사·사상의 혁명 이야기 풀어
그는 정의하기 힘든 인물이다. 수학자이면서 물리학자이고, 대학에서는 화학을 공부했다. 그는 10대 때부터 20세기 수학의 여러 난제를 해결했고,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했으며,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요청으로 '맨해튼 프로젝트'와 원자폭탄의 설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또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컴퓨터 'EDVAC'을 만들었고, 자기복제기계의 잠재력을 예언했다. 동료들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빠른 두뇌'라고 불렸던 존 폰 노이만의 넓은 학문적 성과와 인류에 공헌한 업적을 재평가하는 흥미로운 신간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이 나왔다.
저자인 아난요 바타차리야는 아인슈타인이나 리처드 파인만에 비해 역사적으로 덜 알려진 존 폰 노이만의 삶의 궤적을 정리하는 동시에 20세기 과학사를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또 노이만을 중심으로 괴델, 슈뢰딩거,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등 '20세기 과학기술의 벨 에포크 시대'를 수놓은 천재들이 만들어간 지식과 사상의 혁명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