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도시공사의 대행사업비 부가가치세 과세를 위한 세무조사를 놓고 부천시와 세무당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시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도시공사에 대행사업을 위탁하는 전국 지자체로까지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지방정부와 세무당국 간 '줄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부천시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10일 부천도시공사를 상대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의 대행사업비 부가가치세 과세를 위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도시공사가 시로부터 수취하는 체육·임대·주차 시설 등에 대한 위탁 대행사업비를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도시공사의 매출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부가세 감사를 통해 도시공사가 연간 33억원 상당의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토대로 이와 같은 과세 내용을 확정할 경우 시와 도시공사는 5년간의 부가가치세로만 160억원 상당의 출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세금 폭탄'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5년 부가가치세 160억 출혈 예상
위탁사업 수행 "명백한 이중과세"
법적대응 총동원 전국 번질 수도
지난 6일 도시공사에 세무조사를 공식 통보한 국세청은 지난 10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총 11일간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인천지방국세청 산하 남부천세무서가 맡는다.
남부천세무서 관계자는 "부천도시공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조사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시와 도시공사는 세무당국의 행보가 '터무니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가 용역을 공급하고, 도시공사가 관리대행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한 만큼 기존대로 납세의무가 지자체에만 주어져야 한다는 게 시와 도시공사의 입장이다.
시는 특히 그동안 정상적으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해 왔는데도, 납세 주체에 도시공사까지 포함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과세'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는 이에 따라 세무조사에서 불합리한 처분이 결정되면 즉각 법정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과세범위가 확정되면 오는 12월 중 국세청을 상대로 조세심판청구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수단을 총동원해 조세불복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시와 같은 상황에 처한 안양·과천시 등과 공동 연대를 통해 불합리한 과세처분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