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재생 '사업'이 끝나도 '도시재생'은 이어져야 한다.
쇠퇴한 마을을 전면 철거해 재개발하지 않고도 다시 살린다는 취지의 도시재생 사업이 인천 곳곳에서 완료됐거나 추진 중이다. 도시재생 사업이 마을에 반짝 활기를 불어넣었다가 쇠퇴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지, 지속가능한 마을의 모습을 갖출지는 '사후 관리'가 관건이다. 인천 남동구 만부마을과 동구 화수정원마을이 보여주는 극과 극의 사례가 사후 관리 중요성을 보여준다.
지난 19일 오후 3시30분께 찾은 인천 남동구 만수동 만부마을은 골목 곳곳 담벼락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깔끔하게 페인트칠 돼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 오르막길 바닥은 이곳이 만부마을임을 알리는 글씨와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만 색이 바랬다. 만부마을은 2017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이듬해부터 마중물 사업이 추진된 지역이다. 지난해 마중물 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투입된 예산은 총 336억원. 이날 만부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건물만 남겼다"고 말했다.
2017년 정부 뉴딜 선정후 작년 종료
내부갈등탓 조합 해체 2년여 방치
2021년 완료후에도 수익사업 유지
주민들 자발적 돈모아 운영 '의지'
만부마을은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이후 2019년 전국 1호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돼 주목받았다. 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은 마을밥상, 마을문화상점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며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되는 듯했다. 2020년에는 공영주차장을 비롯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밥상 식당, 공동작업실 등을 위한 건물(주민거점시설)이 건립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시설은 준공 이후 문도 열지 못하고 2년 넘게 방치됐다.
건물 준공 직후 불거진 조합 내부의 갈등이 주된 이유였다. 지난해 5월 조합은 결국 해체됐다. 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이 공중 분해되면서 주민거점시설은 운영 주체가 사라져버렸다.
일부 주민이 동네를 다시 살려보겠다며 지난해 10월 '만수하랑협동조합'을 자체적으로 결성했지만, 이들은 도시재생을 이끌기엔 한계가 명확하다고 했다. 자생적으로 활동할 기반이 마련되기 전에 마중물 사업 기간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마중물 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만부마을에 주어졌던 모든 지원은 중단됐다. 행정기관과 주민 사이에서 조율을 담당하던 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의 도움도 끊겼다.
이민선 만수하랑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나마 남아있는 건 이전 조합이 지원금으로 마련했던 주방 집기들뿐"이라며 "사비를 들여 마을밥상을 다시 시작했지만, 앞으로 전기세·가스비 등 관리비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 공모사업들에 지원할 때 행정 서류를 처리하는 것에서부터 애로 사항도 너무 많다"며 "마중물 사업이 끝나는 순간 도시재생은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7일 오후 2시께 방문한 인천 동구 화수동 일대 화수정원마을. 2021년 마중물 사업이 종료된 이곳은 2년여가 흐른 지금도 사업이 지속되고 있다. 이곳은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도시재생 종합 성과 우수지역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도시재생 우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마중물 사업 기간에 건립된 거점시설은 사업 종료 이후 '화수정원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카페에서는 직원이 분주하게 디저트 종류를 만들고 있었고, 인근 사업장 작업복을 입은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카페 한쪽에는 세차·청소 등 조합의 사업을 안내하는 공간이 있었다. 조합의 수익사업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도시재생이 지속되는 주된 요인으로 '주민 자발성'을 꼽았다. 화수정원마을 조합은 마중물 사업 종료 후를 대비했다. 사업 기간이 끝나기 전 주민들이 스스로 돈을 모아 카페 운영을 시작했다. 지원이 끊겨도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지가 무엇보다도 강했다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최종석 화수정원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대부분의 도시재생 사업은 마중물 사업 기간이 종료되는 순간 주민들의 사업도 함께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마중물 사업 기간에 지원이 있었던 것만으로는 주민들의 자생력이 완벽하게 마련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저희도 마중물 사업 종료 직후 6개월간 아무런 수익도 내지 못한 채 시행착오를 겪었다"면서 "마중물 사업 이후에도 일정 부분 지원이 이뤄진다면 도시재생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