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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달에 아이들이 많이 살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높은 건물,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불빛, 수많은 사람.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퀭한 모습으로 질주하는 택시기사 '이헌'은 전직 만화가다. 그는 한 남자를 차로 치고 당황스러움에 자신의 단칸방으로 그를 옮긴다. 그곳에서 눈을 뜬 남자는 자신을 달에서 왔다고 소개한다. 그의 이름은 '용'. 그때 그 집을 찾아온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단짝친구 '이찬영'이다. 찬영은 마침내 여자가 되어 '린'이란 이름으로 이헌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렇게 그들은 어색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며칠 뒤 이헌은 만화 잡지사 기자인 '오수연'을 만나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7년 전 중단됐던 이헌의 만화 '문스토리'가 웹툰으로 다시 연재되고 있다는 것. 이헌의 삶은 이때부터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02. [2023 문스토리] 공연 사진
뮤지컬 '문스토리'는 12월 10일까지 드림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공연 모습.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언뜻 보면 개성있는 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연결고리가 그리 단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이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로 엮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흥미로워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그 사실을 잊고 지내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또 자신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어디를 향해 걸어가야 할지를 늘 떠올리며 살아가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다. 작품은 이 네 인물의 관계를 통해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과 달에서 온 손님·옛친구·기자… 넷의 묘한 인연
숨은 '자아' 찾아가는 과정 그려… 관객에게 '공감·위로'

극은 지난 2021년 팬데믹 상황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다. 돌이켜 보면 서로가 단절되고 고립됐던 그 시기는 모두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었다. 그럴 때일수록 '잘하고 있다', '잘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작품들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곤 했다.

'문스토리'라는 극이 가진 장점 또한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 '용'이 지구로 와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도, 달에서 온 아이들을 찾을 때 나열한 그들이 겪는 부작용(?)도 모두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다.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부분도, 또 마음을 토닥여 주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03. [2023 문스토리] 공연 사진
뮤지컬 '문스토리'는 12월 10일까지 드림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공연 모습.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는 이헌의 직업을 나타내는, 또는 단순하지만 동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듯 2D 만화의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만화가로서의 삶을 살아왔던 그가 어느 순간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자기 자신을 찾아 나가는 과정처럼 평면적인 무대에 입체적인 인물들의 모습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작품은 후반부로 갈수록 앞에서 보였던 극 속 장치들과 이들이 겪는 상황들이 맞물리며 다소 혼란스럽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결말도 생각했던 것만큼 명료하게 다가오지 않아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극 자체가 주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하기에, 이들이 전하는 위로의 말들을 생각하며 한결 따뜻해진 마음으로 극장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문스토리'는 12월 10일까지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공연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