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들의 자립은 힘들다. 농업에서도 그렇다. 오랜 노하우도, 넉넉한 종잣돈도 청춘들에 있을 리 만무하다.
김포에 농작물 판로를 개척해 보겠다며 뭉친 청년들이 있다. 대부분 90년대생, 많아야 80년대 후반생으로 구성된 '소소한농'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작물을 재배하다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 머리를 맞댄다.
벼·딸기·우유 등 다양한 작물 재배
사연 제각각… 서로 의지 품앗이도
"지원 정책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
지난 23일 늦은 오후, 소소한농 회원들은 이번 주말 열리는 '김포농업 대축제' 준비 차 하성면 '이인버섯' 농장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석민(31) 소소한농 리더가 운영하는 농장이었다.
25명의 멤버 중 절반이 채 도착하지 않았을 때부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또래끼리 같은 가치관, 같은 지향점을 공유하다 보니 만나기만 해도 즐겁다고들 했다. 회의 때만 모이는 건 아니다. 모내기 등 품앗이는 물론이고 트랙터와 드론파종 등을 서로 가르쳐준다.
청년 농부들이 땀과 열정을 쏟는 작물은 천차만별이다. 벼농사를 비롯해 한과와 전통장류, 하루채소, 허브, 딸기, 단호박, 우유 등을 전부 김포에서 생산한다.
작물 종류만큼 사연도 제각각이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순수회화를 그리다가 청년창업후계농에 선정된 구슬아(34·여) 씨는 "내가 인위적으로 그리지 못하는 자연의 예술이 너무 아름다워서 농업에 빠졌다"고 했다.
이정선(31) 씨는 목장과 유가공업을 하며 A2단백질로만 이뤄진 '꿈목장 우유' 등을 생산한다. 권기표(37) 씨는 멕시코요리에 쓰이는 토마티요 등을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 그린'의 대표다. 이정선 씨의 아내 박선우(31·여) 씨는 그린의 직원이다.
이석민 리더의 아내 천선애(31·여) 씨는 간호학과를 중퇴하고 식품영양학과에 재입학, 농작물을 이용한 반려동물 수제간식을 구상하고 있다. 체험농장에서 애견 농촌놀이터와 동물매개치유 프로그램까지 계획 중이다.
베이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김자연(37·여) 씨는 부모님의 화원을 돕다가 정서적인 안정과 채소를 재배해 먹는 재미를 느끼고 화훼농업에 뛰어들었다. 네이처 포레스트를 뜻하는 '나포레' 브랜드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소소한농은 온라인 스마트스토어 판매를 기본으로 김포아트빌리지에서 오프라인마켓을 고정적으로 운영한다. 이따금 타 마켓과 콜라보 판매도 하며 꾸준히 구매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마켓에 나가면 즉석에서 빵과 쌀, 허브와 버섯 등으로 협업 요리를 내놓기도 한다.
이들은 "김포에서 우리만의 매장을 차리는 게 목표"라며 "청년농업인 지원정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